100세 시대 시니어들은 더 이상 뒷방노인이 아니다. 올 한해에도 다양하고 소중한 경험과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액티브 시니어'들은 젊은이들 못지 않은 열정과 도전으로 살아왔다. 이들은 신(新)청년들로 불리는데 급속한 고령화가 낳은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이번 해피투모로우에서는 성공적으로 제2의 인생에 안착한 액티브 시니어들의 경험을 소개하고 그들의 본격적인 인생 2막과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생생한 도전기를 정리해 보았다. 금빛 미래를 준비하는 현역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
두 자녀를 대학까지 보낸 평범한 주부가 100세 시대를 맞아 성공적인 음악치료사로 완벽하게 변신해 화제다. 주인공은 적지 않은 나이에 음악치료사 길에 첫발을 내디뎠던 김미정(59)씨.
음악치료사로 활동 중인 김미정 강사는 "음악치료사라는 직업은 즐거운 음악활동을 하는 동시에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보람된 일이기 때문에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 분야 전문가가 되기 위해 준비한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20여년전 학부형들을 모아놓고 작은 노래교실을 만들었던 그는 두자녀가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본격적인 음악치료 과정에 입문했다.
이후 50세가 되던 해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공부를 하기 위해 두려움을 안고 음악치료학회의 문을 두드렸지만 그와 함께 공부한 사람들은 대부분 음악전공자 또는 현직전문가들이었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주눅이 들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틈바구니 안에서도 숨길 수 없던 끼를 토해내며 점차 발전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누구보다 활기찬 액티브시니어의 삶을 살고 있는 김미정씨를 만나 음악치료란 무엇이고 음악치료사는어떤 활동을 하는지 들어봤다.
쉰살에 기타 하나 매고 뛰쳐나온 아줌마
김미정 강사는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힘을 가졌다고 말한다. 그것을 마음으로 느끼고 즐길 줄 알며 타인에게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그가 피아노를 접하게 된 것은 6살때다.
그에게 피아노를 치는 순간은 그저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어릴적 어머니가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모습을 보면서 성장했던 그는 어른이 되면 꼭 자신의 어머니처럼 노래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고 악기를 다루며 폭넓은 감성을 다져간 그는 비록 음악전공을 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음악활동에 임해왔다. 결국 50세가 되던 해 자신의 오랜 꿈을 실현하고자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김씨는 "어릴적부터 음악으로 많이 행복했고 힘겨울 때는 음악이 내곁에서 위로가 됐다. 항상 음악을 즐기고 느끼면서 살아왔던 것이 전공을 안했어도 뒤늦게 음악 치료사로서의 활동을 할수 있게 해주는 나의 강점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음악적 끼는 두 아이들의 대학입시가 끝나면서 압축파일 처럼 풀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힘겨운 대학입시 전쟁이 끝나자마자 그는 기나긴 우울과 오랜 갑갑함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행복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잠재된 끼가 서서히 드러나며 후반기 인생 리모델링이 시작됐고 음악치료사의 길을 접하게 됐는데 이를 본 동네의 한 친구는 '집구석에 있다가 어느날 발동 걸려 50세가 넘어 기타들고 집 뛰쳐나온 못말리는 아줌마'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음악치료사 김미정씨가 제5회 뉴스토마토 <해피투모로우>에 1일 강사로 출연해 액티브시니어들을 위한 자작곡을 부르고 있다. 사진/박민호 기자
"난 칠순의 프리마돈나를 꿈꾼다"
'음악전공을 안했는데 어떻게 음악 치료사가 될 수 있나요?', '음악전공도 안했는데 어쩜 그렇게 잘하시나요?'
김 강사는 '앞의 말은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고 뒤의 말은 나를 춤추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음악을 전공 하지 않고도 음악 치료사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일찍부터 음악을 가까이 하도록 배려하신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 덕택"이라고 말했다.
비전공자라고 움츠러드는 그에게 당시 교수님은 "도대체 그대가 전공자보다 못한게 뭐야. 그대는 기가막힌 음악치료사야" 하시며 토닥거려 주시고는 뮤지컬의 프리마돈나를 했어야 할 여인이라고 불러주었다고 한다.
김 강사는 "이말은 나를 업시키는 기분 좋은 암시이자 상상이며 자기 최면, 살맛나게 하는 말씀이었다"고 회자했다. 그는 이렇게 즐거운 상상속에서 칠순의 실버 프리마돈나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그는 지난 17일 뉴스토마토가 주최한 제5회 <해피투모로우>에 음악치료 강사로 출연해 자신이 살아온 삶을 들려줬다. 그는 시니어들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때 누구에게나 기회는 주어지고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의 꿈은 앞으로 병들고 힘들어하는 어르신들이 전문적인 음악치료를 통해 남은 생애를 밝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김씨는 오늘도 시간을 쪼개 다양한 역할을 하며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음악은 질병도 치료할 수 있다
김미정씨는 음악치료사로서 많은 사람들의 병을 치료하고 있다. 그는 음악이 질병도 치료할 수 있냐는 질문에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했다.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아픈 많은 환자들 앞에서 공연을 하다보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각종 연구에서도 음악이 심리적 안정 등의 효과를 가져와 질병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던 것처럼 어려운 사람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살겠다는 의지를 줄 수 있는 힘과 용기, 이런 것들을 좋은 음악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음악은 말로는 전달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과 깊은 표현이 존재한다. 충분히 음악은 치유의 기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
그는 음악을 치료에 접목하면 환자들에게 행복한 호르몬이 분비되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음악에 깊은 의미를 두었다. 그는 “음악은 우리의 마음을 활짝 열게 하고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 그래서 사람다운 사람들을 만든다”고 표현했다.
그는 강의활동의 목표를 지치고 힘든 삶에 희망을 주고 진정한 웰빙과 아름다운 마무리를 갈망하는 이들을 위해 사랑을 전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이 음악을 통해 아름다운 정서를 갖고 행복한 삶을 살아왔던 것처럼 모두가 음악으로 행복한 삶의 하모니를 맛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모든 사람들이 훈련을 통해 음악치료사가 될 수 있으며 직업인으로서의 소양을 쌓아갈 수 있습니다. 음악치료는 치료사가 음악을 통해 개인과 집단의 건강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음악치료사가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음악치료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음악은 우리 삶에 밀접하므로 모두가 다 음악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런 방법을 개발하고 교육하며 경험하게 하는 음악치료의 확장을 위해 많은 분들이 함께 했으면 합니다."
확고한 목표와 뜨거운 열정으로 행복한 에너지를 사회 곳곳에 전하는 음악 감성코치 김미정 강사. 앞으로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쉰살에 처음 음악치료사의 길을 걷게 된 김미정씨. 시니어들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때 누구에게나 기회는 주어지고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민호 기자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