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증상 없는 심실조기수축이 더 위험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는 다른 심장질환이 없고 심장기능도 정상적이면 큰 문제가 없다고 알려져 왔다.
삼성서울병원은 박경민 부정맥클리닉 교수 연구팀이 지난 1994년부터 2013년까지 20년간 병원을 찾은 심실조기수축 환자 801명을 분석한 결과, 절반 가까운 환자(346명, 43%)가 심실조기수축과 관련된 증상을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24일 밝혔다.
심실조기수축이란 흔한 부정맥 중 하나로, 우리나라 인구 100명 중 1~4명꼴로 앓고 있으며 두근거림, 어지럼증이나 가슴이 내려앉는다든지 맥이 빠진다는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내원 경로를 조사한 결과 다른 시술이나 수술 직전, 또는 건강검진 도중 실시한 심전도 검사에서 우연히 이상이 확인돼 외래를 방문, 심실조기수축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병을 확인하고서도 증상이 없다고 안심한 채 방치하는 경우나 아예 심실조기수축 자체를 모르고 지내는 경우 둘 다 돌연사의 원인 중 하나인 심근증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심장 근육에 이상이 생기는 심근증은 심부전, 심방세동 등 각종 심장질환으로 이어지는 원인이다.
심실조기수축이 발생하고도 아무런 증상은 못 느꼈던 환자들을 검사한 결과 10%에서 이러한 심근증이 발견됐다. 심실조기수축 증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심근증 발생률 3%에 비하면 3배 이상 높다.
박경민 교수는 "장기간 심실조기수축이 반복되면서 심장이 조금씩 커져 심장기능이 떨어지게 된다"며 "심장돌연사를 일으키는 악성 부정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의료진과 환자 모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