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가 김구라, 유재석의 아성 누를 수 있을까?

입력 : 2015-12-28 오후 3:14:46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29일 열리는 MBC 방송연예대상의 대상 후보에 어김없이 예능인 유재석이 이름을 올린 가운데 김구라가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박명수와 김영철 역시 후보에 올랐지만,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예능인은 유재석과 김구라다.
 
'무한도전' 이후 매년 대상 후보였던 유재석의 활약상은 올해도 준수하다. 그는 최근 자선 경매 형식의 미션으로 진행된 '무도드림'을 통해 '무한도전'이 MBC 전체에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내 딸 금사월'과 '서프라이즈'에 출연하면서 화제성에서도 여전히 강한 면모를 내비쳤다.
 
예능인 김구라 MBC방송연예대상 대상 후보에 올랐다. 사진/MBC
 
다만 MBC 내에서만큼은 유재석보다 김구라가 더 큰 활약을 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출발한 '복면가왕'과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은 올해 MBC가 발굴한 최고의 예능프로그램이다. 한 분야를 집요하게 파고든 '덕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능력자들'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매회 광고 완판에 빛나는 '라디오스타'는 여전히 MBC의 효자 프로그램이다. 이 중심에 김구라가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복면가왕'에서 김구라는 패널 대표로 가면을 벗지 않은 스타들을 맞출 때 긴장감을 주는 한편 크고 작은 웃음거리를 만들었다. 때로는 복면 쓴 가수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무대에도 올라섰으며, 감동적인 무대 앞에서는 그에 걸 맞는 리액션을 보였다. 김형석, 유영석 작곡가나 김현철 등 전문 예능인이 아닌 다른 패널들이 캐릭터를 잡고 웃음을 주는 데도 일조했다.
 
'마리텔'에서는 전문 분야에 있는 게스트를 초청해 정보 중심의 콘텐츠를 만들었다. 각종 시사분야에 견문이 넓은 자신의 역량을 이용해 시청자들의 지식에 대한 갈증을 재미와 함께 풀어냈다. 다른 출연자들이 들락날락할 때 김구라만큼은 자리를 지킨 이유는 그가 다양한 정보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독설을 바탕으로 한 그의 진행은 확실한 무기가 됐다.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게스트에게 묻기 어려운 질문을 직접적으로 던지는 화법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솔직함으로 무장한 그의 진행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방송 시스템에 리얼함을 가미하며 스타들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일조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김구라는 스테파니, 황석정, 차오루 등 숨은 원석을 발굴해내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스타게스트를 중심으로 한 타 방송사 토크쇼가 힘을 잃어가는 추세에 있음에도, '라디오스타'가 건재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김구라를 중심으로 한 MC들의 솔직함이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어서다.
 
예전의 김구라는 특유의 독설 때문에 비호감 이미지를 쌓았고, 수없이 많은 안티세력을 양산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향해 옳지 못한 발언을 해 한동안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었고, 올해는 가정사로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때마다 그는 자신만의 솔직한 방식과 꾸준한 방송활동으로 위기를 타개했고 결국 올해 최고의 예능인에게 주어지는 연예대상 대상 후보에 올랐다. 인터넷방송이라는 가시밭길을 돌고 돈 김구라가 유재석의 아성을 누를 수 있을까. MBC 심사위원진의 선택이 자못 궁금해진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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