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금융시장 최대 화두는 저금리였다. 연초부터 금리가 1%대로 하락하면서 자산관리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시중자금은 예금보다 나은 수익을 찾아 금융상품을 찾아다녔고 일부는 절세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상품에 관심을 돌렸다. 저금리 시대에 진입한 2015년 재테크시장을 주도한 금융트렌드와 상품을 정리해본다.
금융시장 키워드 ‘저금리탈출’..ELS등 중수익 상품 '인기'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사진/ 뉴시스
올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가 1.5%로 내려가면서 투자업계는 초저금리를 극복하는 금융상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이 중 저금리를 피해 은행에서 빠져나온 투자자금이 대거 몰린 곳은 ‘중수익·중위험’상품이었다. 올해 내내 이어진 미국 금리인상 전망에 긴장을 늦추기 어려운 만큼 안정성과 위험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같은 상품을 선택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ELS는 올해 상반기(1~6월)에만 사상 최대 규모인 47조3453억원이나 발행됐다. ELS(66조3098억원)와 파생결합증권(DLS·32조6116억원)을 포함한 파생결합상품 발행잔액은 지난 22일기준 1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ELS는 개별종목 주가나 코스피200처럼 주가지수 움직임에 연동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원금보장형 상품을 선택하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최근 ELS는 지난 7월 이후 발행규모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는데 이는 ELS의 70% 이상이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홍콩H지수가 중국 증시 급락으로 손실구간에 진입,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LS는 홍콩H지수의 급락세로 인해 조기상환이 지연되고 평가손실에 따른 심리위축 등으로 발행이 주춤했지만, 내년부터는 올 상반기와 같은 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펀드, 안정과 수익 겸비한 '채권혼합형' 인기몰이
펀드시장에서도 중수익상품의 대표선수인 채권혼합형 펀드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펀드는 채권혼합형 펀드로 5조3000억원이 몰렸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5조원 가량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채권혼합형은 주식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주식혼합형과 달리 채권 비중을 60~70%까지 끌어올려 안정성을 챙기는 데 주안을 둔다. 이명렬 한화생명 FA 투자전문가는 “저금리 환경인지라 투자상품 자체에 관심은 높아졌지만,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둔화, 국내 기업 실적 악화 등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아 보이는 채권혼합형을 찾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저금리 고령화에 쑥쑥 자라는 '연금펀드'
저금리와 함께 노후준비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연금상품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하나의 트렌드다. 삼성생명에 따르면 연금저축펀드는 7조6000억원으로 3년새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올해에도 1조9000억원 증가했는데 KB연금가치주펀드, 메리츠코리아펀드, 신영밸류고배당펀드 등 국내 주식형펀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퇴직연금의 적립금 규모도 최근 3년간 두 배 가까이 증가하여 11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여전히 확정급여형(DB)의 비중이 가장 높은 가운데, 올해 확정기여형(DC)의추가적립금과 개인형퇴직연금계좌(IRP)적립금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가 300만원 더 늘어난 효과로 DC와 IRP의 적립금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펀드의 경우 KB퇴직연금배당40펀드로 연초 이후 7000억원 가량 유입됐는데, 이는 올해 전체 퇴직연금펀드 순증가 규모의 30%수준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고수익 어렵다면 세금아끼자..절세상품 관심 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절세상품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앞서 언급한 연금저축과 같은 퇴직연금계좌도 노후대비와 함께 절세형 상품으로 주목받은 상품이다. 연금저축은 연 400만원 한도 내에서 납입금의 13.2%를 세액공제 해준다. 400만원 납입하면 52만8000원 돌려받는 셈이다. 근로자 중 총 급여가 5500만원 미만이거나 종합소득금액 4000만원 이하라면 세액공제율이 더 올라가 16.5%까지 받을 수 있다. 임창연 현대증권 세무전문위원은"최근 퇴직연금계좌의 세액공제한도가 연 700만원으로 늘면서 가입이 많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투자자들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생각에 차라리 세금을 아껴서 돈을 버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알아두면 앞으로도 좋을 트렌드 ‘핀테크’
마지막으로 2015년 금융과 재테크시장을 달군 키워드는 핀테크다. 핀테크란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슬(technique)의 합성어로 모바일 결제 및 송금, 개인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IT와 금융이 결합한 서비스를 말한다. 금융상품측면에서 주목할 부분은 P2P금융서비스다. 금융회사들이 전담해온 자금 중개기능이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바뀌면서 금융사를 거치지 않고 자금 수요자와 공급자가 직거래하는 P2P대출이 활발해진 것.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개인신용 P2P 대출형 크라우드펀딩 업체 8퍼센트, 렌딧, 빌리, 펀다, 어니스트펀드의 총 누적대출액은 약 200억원을 웃돈다. P2P 대출 업체들은 기준 금리 1.5%의 시대에 은행권만큼 자세한 신용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공개해 신뢰를 확보한 뒤 금액을 돌려주는 형태를 내세우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투자자에게는 안정성을 보장하고, 대출자에게는 편리한 대출 플랫폼을 제공하며 양측을 모두 만족하게 함으로 성장을 계속해왔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전문가들도 P2P가 대출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내년에도 핀테크가 부의 흐름을 좌우하는 한 테마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