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치 본지 신년기획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새해 살림살이에 대해 40.6%가 “지금과 비슷할 것 같다”, 38.9%가 “나빠질 것 같다”고 답했다. “나아질 것 같다”는 전망은 단 13.7%로, 10명 중 8명이 희망을 찾지 못했다. 새해 가구소득 전망도 43.2%가 현상유지를, 34.0%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40.7%가 "지난해와 비슷할 것 같다"고 말한 가운데, “빚이 늘 것 같다”(28.5%)는 걱정이 “줄 것 같다”(12.6%)는 예상을 두 배 이상 앞질렀다. 현 직장에서의 고용 안전성에 대해서는 55.5%가 “불안하다”고 답했다. 이미 실직 상태이거나 자영업자의 비율(14.5%)을 감안하면 고용 불안은 더욱 높아진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 동안 국민 절반(46.5%)은 "이전보다 살림살이가 나빠졌다"고 답했다.
그렇게 새해가 밝았다. 부진은 털고, 아픔은 보듬고, 희망을 노래해야 하는데 현실은 민생절벽이다. 오히려 희망의 자리를 절망이 꿰차고 있다.
정치는 여전히 이전투구이며, 대통령은 여전히 불통이다. 내 삶이라도 나아져야 하는데 그럴 기미는 전혀 없다. 직장에서 내쳐질까 하루하루 불안에 몸을 떨고, 가계는 이미 빚에 둘러싸였다. 소주 한 잔에, 담배 한 개비에 추스르던 마음도 껑충 뛴 가격에 주저하게 된다.
변한 게 없으니 현재는 여전히 절망이다. 세월호는 차가운 바다 속을 헤매고 있고, 농민 백남기씨는 오늘도 자리를 털지 못한다. 정윤회를 비롯한 비선 파동은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과 함께 금기로 억눌려졌고, 죽음으로 고백한 성완종 리스트는 철옹성처럼 건재하다.
오늘을 치유하지 못하니 과거는 더할 나위 없다. 역사는 드라마의 인기를 질투라도 하는 듯 흑백 브라운관으로 되돌아가려 애쓰고 있고, 외롭게 앉은 소녀상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 속에 그 뼈를 옮길 처지에 놓였다. 혼이 정상일 수가 없다.
더한 절망은 길들여진 우리다. 힘의 정치는 절망과 함께 공포도 심었다. 빡빡한 삶은 잘못된 현실에 대한 분노와 저항보다 순응으로 몸을 길들이게 만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2016년을 스스로의 부정과 잘못된 자위 속에 맞았다. 마음 한편에 무거운 납덩이 마냥 눌러앉은 세월호에 대한 미안함이 유일한 위안이다. 퇴근길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이에게 줄 빵 한 조각을 사기 위해, 그렇게 우리는 절망에 스스로 갇혔다.
김기성 탐사부장 kisung01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