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직권상정 압박…정의화 “화합이 으뜸”

박 대통령 “민생에 모든 것 걸어야, 정치가 변화해야 한다”
정 의장 “고요하게 다스려야 나라가 올바르게 돼, ‘식(食)’보다 ‘화(和)’가 먼저”

입력 : 2016-01-04 오후 6:07:42
대한민국 의전서열 1위 박근혜 대통령과 2위 정의화 국회의장이 4일 청와대 공개석상에서 가벼운 신경전을 연출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는 박 대통령 주재로 정 의장 등 5부 요인과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 입법·사법·행정부 차관급 이상 공직자, 경제 5단체장 등 약 220여명의 주요인사들이 참석한 ‘2016년 신년 인사회’가 열렸다.
 
박 대통령은 “정치가 국민을 위한 일에 앞장서야 하고, 국민의 민생에 모든 것을 걸어줘야 한다”며 “지금 정치권이 스스로의 개혁에 앞장서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 대통령은 “저는 10년 뒤 우리나라가 무엇으로 먹고 살지, 우리 청년들이 어떤 일자리를 잡고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할 때마다 두려운 마음이 들곤 한다”며 “그때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4대 구조개혁을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정부여당이 지난해부터 처리를 시도하고 있지만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통과가 불투명한 쟁점법안들, 노동 관련 5법과 경제활성화 2법 등의 처리를 정치권에 호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당정청은 ‘경제살리기’와 ‘일자리창출’ 등을 명분으로 해당 쟁점법안들의 국회 본회의 직권상정을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압박하고 있어, 박 대통령의 발언은 정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우회 압박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발언에 정 의장은 건배사를 통해 받아쳤다.
 
정 의장은 “올해를 맞으며 제 개인적으로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청정위천하정’(淸靜爲天下正)이라는 말이 떠올랐다”며 “맑고 고요한 가운데 나라를 다스리면 그 나라가 올바르게 다스려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갈등과 분열이 너무 심하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제가 볼 때 화합하고 서로 통합의 정신을 갖고 나라를 하나로 마음을 다져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박 대통령이 지금 추구하는 4대 개혁은 물론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이 위기 상황을 우리가 잘 이겨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화합”이라고 일침했다.
 
정 의장의 ‘고요한 통치’와 ‘화합’을 강조한 발언은 박근혜 정부가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나 ‘위안부 한일합의’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여론수렴없이 강행해 사회적 논란을 야기한 점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정 의장은 “일찍이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 ‘식위정수’(食爲政首, 먹고 사는 것이 우선)라고 했다. 그 ‘식’이 지금으로 보면 경제가 아닌가 싶다”면서도 “경제가 정치의 머리에 있기는 하지만 그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역시 ‘화’(和)가 정치의 으뜸이 돼야 한다. 그래서 ‘화위정수’(和爲政首, 화합이 우선)가 올해 제가 생각하는 말”이라고 밝혔다.
 
그의 ‘식’보다 ‘화’를 우선한 발언내용 역시 정부여당이 국민경제를 명분으로 야당이 극력반대하는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한 거부표시로 해석된다.
 
이후 정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경제 법안과 선거구 획정 문제는 완전한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고 밝히면서 ‘직권상정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이날 신년 인사회에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등 야당 지도부는 ‘위안부 합의’등에 대한 항의 표시로 불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016 신년인사회에 정의화 국회의장 등 5부요인들과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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