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자연스러운 달라짐을 말한다면, 혁신은 기존의 것의 자원으로 전혀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거죠.”
김한 JB금융그룹 회장은 위기 속 혁신을 강조한다. 이전까지 지역은행은 취약한 지역경제 구조의 한계에 직면해왔다. 지역 내 여수신 규모는 물론 노령화에 인구까지 감소하는 침체된 상황에서 영업력을 발휘하기는커녕 퇴출될 위험에 처한 것이다. 이런 위기감이 팽배했던 2013년 즈음 김한 JB금융그룹 회장이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리더로 취임했다. 그는 취약한 지역경제구조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혁신 만이 답이라고 주창하며, 작지만 강한 은행을 만들자고 전직원들을 독려했다. 이를 위해 그는 단순히 달라지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전략을 세웠다. 김 회장이 말한 혁신은 핀테크 기업 육성과 해외 진출, 수도권 점포 확대 등으로 가시화됐고, 광주은행 인수라는 성과도 가져왔다. JB금융그룹이 총 자산 40조원에 이르는 중견금융지주사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김한 회장의 이러한 혁신의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김 회장은 중견금융지주사에 만족하지 않고 2016년을 새로운 변화의 원년으로 삼았다. JB금융그룹은 김 회장을 중심으로 100년 은행으로 도약하는 초석을 다지고 있다.
-지난 1년 간의 성과를 평가해 달라.
▲지난해에 인수한 광주은행이 지주에 편입된 이후 안정적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그동안 우리 그룹은 타 그룹과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사업영역과 영업구역을 확대하는 등 양적, 질적으로 큰 성과를 이뤘다. 그 결과, 3400여명의 임직원과 40조원 수준의 자산을 보유한 서남권 대표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이런 성과는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그룹의 모든 임직원이 혼연일체가 됐기에 가능했다.
또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의 전산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전북은행은 지난 2013년 5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성공리에 구축했다. 광주은행은 현재 전북은행의 차세대 전산시스템 플랫폼을 활용해 독자적인 전산시스템 구축 중이다. 이에 따라 초기에만 7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현재 진행상황을 감안할 때 상당부분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은행 간 시너지를 이끌어 낸 성과도 있다. 덕분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영업기반도 확대했다. 다른 지방은행에 비해 규모나 생산성 등에서 열위에 있던 JB금융그룹은 이 시너지를 기반으로 명실상부한 서남권 대표 금융그룹이 됐다. 이를 통해 과거에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그릴 수 있게 됐다.
사진/JB금융그룹
-2016년에는 어떤 사업에 방점을 찍을 계획인가.
▲앞으로도 우리는 시중은행과 경쟁하기 보다 이들이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채우겠다는 목표로 접근할 것이다. 1~2년 정도의 단기간에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지역은행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뜻이다. 우리 고객 중에는 신용등급이 좋은 분도 있지만, 낮은 분들도 있다. 이런 분들은 집안에 일이 터졌을 때 별 생각 없이 근처에 있는 캐피탈이나 저축은행,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다. 그럼 이때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2금융권을 이용한 사실 자체 만으로 제도권 금융에 들어오기 어려워지고 계속해서 20~30%에 육박하는 고금리에 시달리기 일쑤다. 우리는 중 서민을 주·고객 삼아 7%대 금리를 제공하면서 제도권 금융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시중은행이 비교적 덜 신경 쓰는 고객층에 집중할 계획이다.
-JB금융그룹사간 연계 전략이 있나.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양쪽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동이용 망을 구축했다. 금융망 공동이용을 통해 호남지역과 수도권 어디에서도 두 은행 고객이 차별 없이 은행 망을 이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역 점유율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룹사간 연계영업도 빼놓을 수 없다. 광주은행 편입을 통해 고객규모가 확대됐고, 계열사간 연계영업으로 다양한 상품 판매가 가능해졌다. 이외에도 광주은행 편입을 통해 호남지역 내 대규모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수도권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전략도 구상 중이다. 그룹간 연계가 있기에 가능한 전략이라 하겠다. 또 차별화된 지역의 소매영업 기반을 활용하여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그룹 내 자회사들간 연계영업으로 소매금융 기반을 확대할 것이다.
-자신 만의 경영 노하우가 있는지.
▲작지만 강한 은행을 모델 삼아 열악한 경영환경을 극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해외에서 어떤 은행이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벤치마킹 작업에 들어갔다. 무조건 성공 사례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왜 성공했고 어떻게 우리 식으로 내재화 할지를 고민했다. 이런 식으로 그동안 미국 움푸쿠아은행과 네덜란드 SNS은행, 미국 캐피탈원을 벤치마킹했다. 일본의 스루가은행도 꼽을 수 있다. 우리는 스루가은행이 처한 환경과 전북은행을 둘러싼 환경이 비슷하다고 판단했다. 둘 다 경제 활동인구가 거의 없고 고령화된 지역이다. 스루가은행은 이런 한계를 수도권 진출 전략으로 극복했는데, 그처럼 우리도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지역으로 점포를 확대했고 지방 은행 최초로 경기도 수원에 지점을 개설하기도 했다.
나는 이러한 노력에 혁신이란 이름을 붙이고 싶다. 변화가 자연스러운 달라짐을 말한다면 혁신은 기존의 자원으로 전혀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혁신적인 사고가 있었기에 서울과 인천, 대천 등 역외지역에서 중서민과 소규모 기업에 특화된 소매금융 전략을 짤 수 있었다. 직원 4명이 건물 2,3층에 위치한 소형점포로 고정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도 벤치마켕을 통한 혁신적 사고에서 나왔다.
◇JB금융그룹 여의도 사옥 전경. 사진/JB금융그룹
-금융권에 IT 바람이 불고 있다. JB금융그룹 만의 비대면·핀테크 전략이 있다면.
▲우리는 은행권 최초로 핀테크 경진대회를 개회했다. 기술력을 가진 핀테크 업체가 은행과 협업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새로운 금융기술을 확보한다는 전략이었다. 이 과정에서 핀테크 업체가 가진 기술을 우리에게 접목시키려 노력하지 않았다. 대신 이런 기업들이 성장하도록 육성하는 데 집중했다. 지치지 않도록 힘을 실어주자는 것이다. 그 결과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있는 기업이 성장할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디지털 기술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해 새로운 금융상품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핀테크 기업 등 제3의 업체와의 협업을 지속할 생각이다.
아울러 ‘디지털 뱅크화’를 목표로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CPCM으로 요약할 수 있다. C는 채널이다.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모바일을 우선으로 한 오픈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P는 상품으로 비대면 채널에 특화된 상품을 개발하자는 것이고, C는 고객으로 고객 가치 기반 분석을 뜻한다. 마지막 M은 마케팅이다.
-은행권에 해외진출로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JB금융그룹의 해외전략은.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계열사 간 균형 있는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자 해외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특히 인접한 아시아 시장을 우선 진출하는 전략방향을 수립해 놓은 상태다. 아시아 중에서 베트남, 캄보디아 등 성장잠재력이 풍부한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국내 금융산업의 경우 ROE가 5% 수준임에 반해 이 지역 국가의 경우 평균 20%수준의 높은 ROE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높은 성장잠재력을 고려할 경우 그룹의 장기성장과 수익 제고를 위한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인다. 또 글로벌 선도회사들이 자국의 핵심사업을 해외에 복제해 성공한 사례를 교훈 삼을 계획이다. 그룹 내 가장 큰 경쟁력을 보유한 JB우리캐피탈이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해당시장의 현지화에 성공한 이후 은행이 진출하는 전략도 수립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