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스토리)막오른 '제4차 산업혁명'…변혁의 시대가 온다

올해 다보스포럼 주제 선정…전면적 산업시스템 변화와 혁신 가속화
생산성 급성장 혜택 불구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 과제도

입력 : 2016-01-07 오후 1:34:32
#.아침 7시 여느 때처럼 스마트폰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화장실에 들어서자 자동으로 조명이 켜진다. 씻고 나와 커피머신이 내 취향에 맞춰 준비한 모닝커피를 마시며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요즘 스마트폰 성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꼈는데 새 기기주문을 마쳤다는 알림이 왔다. 스마트폰이 스스로 수명을 체크하고 새 기기를 마련해주니 세상 참 편리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알림이 하나 더 왔다. 관리중인 스마트공장의 기기 하나에 문제가 생겼다는 내용이다. 알림이 울리자마자 주차돼 있던 차에 자동으로 시동이 걸리며 출근길을 재촉했다.
 
4차 산업혁명 이후 바뀔 삶의 모습이다. 서로 연결된 기기들이 알아서 움직이며 사람의 수고를 덜어주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물건은 3D프린팅을 통해 맞춤형으로 제작될 것이다. 스마트폰 속 가상비서나 통역 소프트웨어, 자동투자알고리즘 등은 이미 변화가 시작됐음을 알리고 있다. 다보스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세계경제포럼(WEF)도 오는 20일 열리는 제46회 총회의 주제를 '4차 산업혁명의 이해'로 잡았다. WEF는 "전세계에서 움직이는 데이터의 속도와 범위가 우리 삶의 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예측히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8세기 후반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된 제1차 산업혁명은 기계생산의 시대를 열며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몰고 왔다. 제2차 산업혁명은 그 이후 약 100년 뒤에 이뤄졌다. 전기가 발견되며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노동력 분화가 나타났다. 1970년을 전후로 나타난 제3차 산업혁명은 생산 자동화 시대를 열었다. 전자기기와 IT기술의 발전 덕분이었다. 이제는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올해 연차총회 주제로 '4차 산업혁명의 이해'를 선정하는 등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산업전시회의 '인더스트리 4.0(4차 산업혁명)' 관련 영상 화면. 사진/뉴시스·신화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버무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의 손을 통하지 않아도 기계들이 스스로 소통하고 움직이도록 해 생산성을 크게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기계들을 연결하는 사이버물리시스템(CPS)과 사물인터넷(IoT)이 핵심이다. 이 밖에도 세계경제포럼(WEF)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공통적으로 ▲빅데이터 ▲로봇공학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이버안보 ▲3D프린팅 ▲공유경제 ▲블록체인 등이 주요 기술로 꼽았다.
 
기본적으로 IT기술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클라우스 슈바브 WEF 창설자 겸 회장은 기술의 발전 속도와 적용 범위, 시스템적 영향을 보면 확연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슈바브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은 전례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그 모습은 선형적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이라며 "또한 거의 모든 국가의 거의 모든 산업을 파괴·변화시키고 있고 그 폭과 깊이는 생산·관리 방식의 전적인 변화를 시사한다"고 말했다. 특히 클라우드컴퓨팅과 인지분석기술, 인공지능 및 스마트기기, 3D프린팅 기술은 올해 크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번 해가 4차 산업혁명 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제조 효율성·생산성 급증…노동시장은 양극화
 
4차 산업혁명이 확산되면 생산방식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WEF는 운송과 의사소통, 무역 등을 위한 비용이 줄어들며 경제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수요·공급에 있어서도 기존의 틀이 깨질 전망이다. 소비자의 역할이 보다 능동적으로 변하며 경제활동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새로운 소비패턴이 나타날 것이다. 공급자들도 변화를 쫓기 위해 빠르게 신기술을 도입할 것이다. WEF는 궁극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한데 뒤섞인 플랫폼이 현재의 산업구조를 허물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는 공유경제나 주문형서비스 등에서만 이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앞으로는 경제 전반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정부의 역할도 바뀔 것이다. 한 쪽에서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시민 참여가 늘어나는 동시에 다른 쪽에서는 디지털 시스템을 통한 정부의 통제능력이 확장될 것으로 예상됐다. WEF는 "전반적으로 보면 현재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 과정이나 대중에게 접근하는 방식 등을 바꾸라는 요구가 커질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은 힘의 재분배와 분권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안보의 위험성도 커질 수 있다. 전쟁은 기술혁신과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드론과 같은 자율무기나 생화학무기 등의 사용이 쉬워지면서 소규모 그룹의 대량살상의 위험도 커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초정밀 타깃 설정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면 피해 규모를 줄일 수도 있다.
 
가장 큰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곳은 노동시장이다. '제2의 기계시대'를 쓴 경제학자인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류 맥아피는 기계의 혁신이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동화 기계가 단순노동을 대신하면서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이끌고 노동수익이 악화되면서 노동자와 자본가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슈바브 회장은 "아직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 전망하기는 힘들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두 가지가 혼합된 결과가 나올 것 같다"며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고 중간층에게 일부만 돌아가는 경제는 민주주의를 마비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성장동력 기대감…"생산성 5~8% 증가"
 
성장엔진이 느려진 글로벌경제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새로운 피를 수혈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BCG가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으로 꼽히는 독일의 사례를 기반으로 예측해보니 생산성과 수익성, 고용, 투자 등 네 가지 분야에 큰 성장 잠재력이 있었다.
 
우선 향후 5~10년간 4차 산업혁명이 확대됨에 따라 독일 제조업 전반의 생산 규모는 900억~1500억유로 가량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3D프린팅 기술 등으로 제조비용이 감소하며 생산성이 평균 5~8% 증가할 전망인데, 기계 및 자동차 분야에서는 증가폭이 10~1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또 기업들이 신기술이 적용된 장비를 마련하고 소비자들이 맞춤형 물품 구매를 늘리면 추가적으로 연간 300억유로 규모의 경제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 이는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한 투자 규모는 향후 10년간 250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관련 수익의 1~1.5% 정도를 재투자하는 것이다.
 
노동시장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일자리는 전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됐다. BCG는 향후 10년간 고용이 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기계공학 부문의 일자리는 최대 1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비숙련 일자리는 대거 줄겠지만 소프트웨어 개발과 IT기술에 관련된 일자리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하며 기능(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변화시키느냐가 일자리를 쟁취하기 위한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구 중심 패러다임 버리고 불평등 해소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눈부신 신기술의 발전이나 경제성장의 속도 및 생산성 등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기술과 경제발전의 혜택을 고르게 분배하지 못했다는 앞선 산업혁명의 한계를 딛고 이번에는 기술이 불평등을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토대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슈아이화 청 E15 전문가그룹 산업정책부문 매니저는 WEF 기고를 통해 "서구 중심의 시각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의 삶만을 풍요롭게 하는 최첨단기술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여전히 깨끗한 물과 의약품이 부족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가를 위한 기술 개발에도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슈바브 회장도 "(힘들겠지만) 관리만 잘 된다면 4차 산업혁명은 전 세계 차원의 문화적 르네상스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며 "전 인류의 필요를 채워주겠다는 따뜻한 마음(human heart)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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