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가 의미를 달리 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자가전전시회에서, C(Car)·E(Electronic)·S(Smart phone)로 재탄생했다.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홈과 스마트카가 핵심이다. 스마트폰으로 변화된 일상의 또 다른 혁신을 기대케 했다. 이를 위해 각 산업은 전통적 경계를 허물며 손을 맞잡았다.
가전의 눈물겨운 변화 조짐도 확연했다. 가전의 꽃 TV가 대형화에 이어 화질과 디자인 경쟁으로 승부수를 던졌다면, 세탁기와 냉장고, 보일러, 조명 등은 스마트홈에 묶여 손쉽게 제어가 가능해졌다.
여기에다 로봇과 드론, 3차원(3D) 프린터 등 미래를 앞당길 혁신기술들도 줄줄이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특히 완전한 몰입감으로 실제와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가상현실(VR)은 다음 CES의 주연을 예약하기에 충분했다.
"알렉스, 음악 틀어줘"
기상과 함께 음성으로 음악을 켠다. 집을 나서 출근길에 오를 때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의 외출 버튼을 누른다. 조명이 저절로 꺼지고, 문이 자동으로 잠긴다. 집을 비워도 걱정 없다. 침입자가 발생하면 보안시스템이 작동되고, 집에 물이 들어오는 등 갑작스러운 비상상황 때도 스마트폰을 통해 알려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CES의 화두도 단연 사물인터넷(IoT). 7일(현지시간) 기조 연설자로 나선 홍원표 삼성SDS 사장은 "IoT는 미래기술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라며 "일상생활에 다양한 형태로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디바이스와 홈, 소사이어티, B2B를 아우르는 전방위 전략을 선보이면서 "플랫폼 개방을 확대하고 업계·산업 간 협력을 통해 무한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원표 삼성SDS 사장이 CES2016에서 '실생활에 녹아든 IoT, 산업간 플랫폼 협력 통한 확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삼성SDS
이처럼 성장 정체에 허덕이던 가전업계는 IoT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홈을 미래를 이끌 핵심기술로 판단하고 있다. 스마트홈은 TV와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비롯해 수도, 전기, 냉난방 등 모든 주거를 통신망으로 연결해 모니터링하고 제어한다. 운영체제 등 플랫폼과 함께 기기 간의 연결과 제어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국내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홈을 대하는 차별점도 관전포인트였다. 삼성이 집에 반드시 필요한 가전을 스마트 허브로 포괄했다면, LG는 별도의 통합 디바이스를 도입하는 방법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허브 역할을 하는 '패밀리 허브 냉장고'를 꺼내들며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스마트싱스'의 허브가 동글로 지원돼 조명과 IP 카메라 등 다양한 IoT 제품을 제어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되는 모든 스마트TV 라인업에 IoT 기술을 탑재한다. 이처럼 냉장고·TV 등 주요 가전기기를 허브로 삼는 건 스마트홈에서 기기 간의 연결이 중요한 데다, 24시간 전력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허브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 '패밀리 허브' 냉장고를 CES2016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에 반해 LG전자는 '스마트씽큐 허브'를 통해 스마트홈을 구현한다. 원기둥 모양의 스마트씽큐 허브는 사람 얼굴 크기 만한 길이로, 마치 텀블러를 연상케 한다. 스마트홈 서비스를 지원하는 홈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면서 가전제품 상태뿐 아니라 개인일정, 날씨 등의 정보를 3.5인치 화면과 음성으로 알려준다. 음악을 들려주는 스피커 역할은 보너스.
지난 3분기 공개한 '스마트씽큐 센서'는 이번 CES에도 출격했다. 센서를 부착하면 새로 제품을 구입할 필요 없이, 일반 가전을 스마트홈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CES2016에서 전시된 LG전자 스마트홈 존. LG전자가 공개한 '스마트씽큐 허브'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지원하는 게이트웨이 역할 뿐 아니라 다양한 스마트 가전들의 구동 상태, 사용자의 개인 일정, 날씨 등 정보를 화면과 음성으로 알려준다. 사진/LG전자
일본기업 파나소닉의 스마트홈은 전기와 난방, 카메라, 움직임 감지 센서, 스마트 기기가 하나의 플랫폼에 연결된다. 대만업체 에이수스은 스마트홈을 위한 소비자용 IoT 제품 등 차세대 컴퓨팅 솔루션 개발을 위해 구글과 협력한다. 에이수스는 구글의 IoT 플랫폼 '브릴로'를 활용해 스마트홈 기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인텔은 IoT 반도체모듈과 자체 개발한 센서 카메라 '리얼센스'를 드론과 전동스쿠터, 스노보드 등에 적용해 구현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자동차 업체들도 IoT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폭스바겐과 LG전자는 협업을 통해 차량과 집을 연결할 계획이다. 차 안에서도 집 안의 보일러나 청소기 등의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일명 스마트카다.
BMW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를 채용한 헬멧을 선보였다. 교통정보와 차량 상태를 운전자 시야에 직접 투영해서 운전 중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도록 했다. 토요타는 주행 중에 얻은 사진 정보를 모아 지도를 업그레이드하는 클라우드 맵핑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
차량 부품업체 보쉬는 오는 2018년까지 스마트 시티를 구현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보쉬 IoT 수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전력시스템과 빌딩 간 네트워크 연결, 교통정보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보쉬는 오는 2020년 자율주행 시스템 도입 계획도 밝혔다.
이처럼 기업들이 IoT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대중화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그에 따른 혁신은 삶의 전면적 변화를 가져올 태세다. 자율주행이 현실화되면 사람이 운전할 필요가 없게 되는 데다, 교통사고 또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비행기도 IoT를 적용할 경우 사전에 문제를 인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CES에서 가전과 스마트홈, 스마트카 중심의 IoT가 두루 소개됐다"면서 "현재 일상에 변화를 주는 수준이지만 향후 IoT가 전방위적으로 도입되면 삶의 방식의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는 CES 2016에서 먼저 구현됐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