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업계가 신규 면세점이 속속 들어서면서 업체간 고객 모시기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신규 시내면세점은 고객 유치를 위해 방문 고객에게 택시비를 돌려주고, 손해를 감수한 과도한 할인을 제시하는 등 업체간 과도한 경쟁이 이른바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대기업 면세점들은 사실상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적립금을 1년 내내 각종 이벤트 명목으로 지급하는가 하면 신규 면세점들은 교통비까지 대신 내주고 있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이달 말까지 택시를 타고 방문한 고객이 1달러 이상 구매하면 영수증 제출을 통해 최대 2만원까지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금액권을 준다. 버스나 지하철 이용 고객에게도 3000원권 티머니 카드를 제공한다. 갤러리아면세점 63은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여권과 당일 택시비 영수증만 제시해도 최대 2만원 금액할인권을 증정한다.
공항 면세점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은 주로 외항사 탑승객이 대부분인 탑승동을 중심으로 사실상 '남는 게 없는' 과도한 할인율을 내놓으며 무리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말부터 선글라스, 식품, 주류 제품 2개 구매시 최대 70%까지 할인해주는 모바일 쿠폰을 배포했다. 신라면세점 역시 주류상품을 최대 25%까지 할인해준다는 입간판을 내놓은 채 영업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이 같은 할인율을 따라가지 못하는 중소·중견기업 면세점만 죽이는 꼴"이라며 "대기업 면세점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과도한 경쟁을 펼치는 것은 결국 면세사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별개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여행사에 과도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이른바 '노 투어 피(No Tour Fee)' 혹은 '인두세'라 불리는 리베이트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마케팅의 일환으로 펼치는 이 같은 할인 프로모션과 달리 음성적으로 지급되는 이 같은 리베이트는 대기업 면세점들이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데리고 오는 국내 여행사와 가이드들에게 구매금액의 일정비율을 돌려주는 것이다. 이렇게 받은 리베이트는 고스란히 중국 현지 여행사에게 '인두세' 명목으로 넘겨진다. 유커 유치를 위한 리베이트다. 금액도 상당해 항공요금을 제외한 지상비 전체 수준에 달한다. '노 투어 피'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홍종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4년 국내 대기업 시내 면세점들이 여행사에 지급한 리베이트는 5000억원, 2011년부터 5년동안 지급한 돈만 무려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시내면세점간의 경쟁이 과열돼 벌어진 결과"라며 "결과적으로 한국 여행산업의 질까지 떨어뜨리는 과도한 수수료는 업계가 직접 자정에 나서지 못한다면 일본 등과 같이 정부 차원에서의 수수료 적정 기준을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면세점업계의 사업자가 늘면서 손해를 감수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대기업 공항면세점은 주류상품을 25%까지 할인해주겠다는 입간판을 걸고 영업 중(사진 왼쪽 아래)이며, 다른 면세점은 최대 70%까지 할인해주겠다는 쿠폰을 발행했다. 업계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한 할인영업을 펼치는 것은 면세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사진=뉴시스, 독자제보)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