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C의 진단, 자성에서 나왔다 "덩치 큰 삼성, 소프트웨어 혁신 어렵다"

입력 : 2016-01-11 오후 2:00:00
"소프트웨어 혁신은 대부분 작은 스타트업 기업에서 나옵니다. 그러기엔 삼성전자는 규모가 큽니다."
 
데이비드 은(David Eun) 삼성전자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 사장의 진단이다. 
 
이는 자성에서 나왔다. 조직이 급속도로 비대해지면서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혁신을 찾기 어려워진 것은 사실. 특히 급변하는 스마트 시대의 소프트웨어 파워에 대해서는 절감하면서도, 결과는 필요에 이르지 못했다.
 
이는 삼성을 실리콘밸리로 이끄는 직접적 동인이 됐다. 스타트업에 주목하고 기술변화를 적극 꾀하는 동시에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 윈-윈 전략의 모태가 된 것.
  
데이비드 은(David Eun) 사장이 지난 8일(현시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GIC의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 삼성전자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삼성페이'와 사물 간의 연결을 가능케 한 스마트홈이 탄생하기까지 그가 이끄는 GIC의 역할이 컸다는 게 삼성 안팎의 평가다. 이 같은 성과는 그를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삼성전자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직접적인 동기가 됐다.
 
GIC는 보스턴의 '루프페이'와 미국의 사물인터넷 개방형 플랫폼 개발사인 '스마트싱스' 인수를 주도했다. 루프페이가 보유한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기술은 지난해 출시된 삼성페이의 핵심기능으로 포함됐으며, 스마트싱스가 가진 사물인터넷(IoT) 개방형 플랫폼은 스마트홈 기술에 도입됐다.
 
GIC는 세계 제일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2012년 하반기에 설립됐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출된 최고의 성과를 삼성으로 가져오는 문화적 변화 주도자 임무를 맡은 셈이다. 실리콘밸리와 삼성의 가교 역할이다.
 
데이비드 은 사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GIC가 위치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SW 분야의 혁신은 주로 5~8명으로 구성된 스타트업에서 나오는데 삼성전자는 규모가 너무 크다"며 "그래서 GIC는 연구개발(R&D)뿐 아니라 초기 스타트업 인수에도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GIC는 실리콘밸리 인근 샌프란시스코와 세계 경제의 중심지인 뉴욕 등에 액셀레이터팀을 신설해 스타트업 기업의 기술, 인재, 벤처 문화가 기존 조직에 수혈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루프페이와 스마트싱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데이비드 사장은 "4년 전 삼성에 입사할 때 'SW 서비스 혁신의 기회'를 비전으로 가지고 있었다"면서 "이번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 IoT 기술이 대세로 등장하면서 이 비전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CES 2016에서 '패밀리 허브' 냉장고와 스마트허브 기능을 하는 SUHD TV를 선보였다. 삼성의 스마트홈은 스마트싱스 기술을 기반으로 했다. 삼성전자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가전부터 스마트폰, PC, 오디오 등 다양한 종류의 디바이스를 보유했고, 스마트싱스는 모든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 서로가 최적의 파트너인 셈이다. 
 
스마트싱스 창업자인 알렉스 호킨슨 스마트싱스 최고경영자(CEO)가 스마트싱스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홈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임애신 기자
 
스마트싱스를 바탕으로 한 스마트홈은 단순히 사물을 연결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사업모델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허브 기술이 적용된 디바이스 판매는 물론 서비스 업체와의 파트너십이 바로 그것. 가령, 보안업체 ADT 서비스는 한 달에 600달러의 비용이 들지만, 삼성의 스마트홈을 통해 보안서비스를 공급하면 20달러에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싱스 창업자인 알렉스 호킨슨 스마트싱스 최고경영자(CEO)는 "이처럼 서비스업체와 결합하면 매출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원활한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중간에서 플랫폼을 제어해야 하는데, 플랫폼을 만들어서 이윤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사장은 "타사가 자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스마트홈을 도입한 것과 다르게 삼성의 스마트싱스는 오픈 플랫폼"이라며 "개발자들이 스스로 개발, 연결할 수 있어서 서비스와 단말 선택폭이 넓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가정에 TV, 오디오, 냉장고, 오븐, 가스레인지, 냉장고 등 다양한 브랜드의 가전제품이 있는데 삼성은 오픈 플랫폼을 통해 타사 제품까지 수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가졌다.
 
GIC는 루프페이, 스마트싱스뿐 아니라 다양한 스타트업 인수를 준비 중이다.  
 
데이비드 사장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은 좁은 시야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삼성과 같이 일하면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제품이 출시되는 데다 노하우 전수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면서 "실리콘밸리는 삼성이 세계 최대 가전회사로서 하드웨어에 강하고 리테일과 마케팅을 잘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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