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전세난이 하루이틀된 건 아니지만, 5월까지인 개포시영의 이주기간이 끝나면 개포주공4단지, 1단지 등이 차례로 이주하게 됩니다. 지금이야 다른 단지로 넘어가면서 버티고 있지만, 그 때가 되면 경기도로 밀려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한동안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아요." (서울 강남구 개포동 K공인 대표)
수도권 전월세 시장 최대 경고 메시지 였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발 전세난이 본격화 될 조짐이다. 거주자들이 이주할 곳이 마땅치 않다보니 전세에서 월세로, 아파트에서 빌라로 이동하고, 이마저도 녹록치 않으면 서울 외곽으로 옮기는 일도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나 상반기에만 7000여가구 이주가 예정돼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구는 개포시영 아파트 재건축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했다. 강남4구에서 이주가 한창인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3단지(2580가구)에 이어 1970가구 규모의 개포시영도 본격적으로 이주에 나서게 됐다.
여기에 상일동 고덕주공7단지(890가구), 서초구 잠원동 한신19차(308가구)·한신2차(132가구), 반포동 삼호가든3차(428가구), 서초동 서초우성1차(786가구) 등 올 상반기 강남4구에서만 이주 예정인 가구가 총 7094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옮겨갈 만한 전셋집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주택공급 과잉 논란과 미국 금리인상,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 등에 따라 부동산 전망이 부정적인 만큼 이주자들은 전셋집을 원하지만, 집주인은 반대 입장에 서 있다.
일단 이주자들 입장에서는 출퇴근과 자녀 통학 문제 등으로 같은 생활권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울며 겨자 먹기로 인근 빌라나 다세대 주택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개포동 Y공인 관계자는 "비슷한 수준으로 전세를 가려면 빌라로 가거나 경기도로 넘어가야하는데 생활권 때문에 빌라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마땅한 집을 찾지 못한 이주수요들이 몰리다보니 3개월 새 보증금이 수천만원 오르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월세시장도 녹록치 않다. 저금리 기조에 임대수익을 극대화시키려는 집주인들이 월세를 올리면서 월 임대료가 100만원이 넘는 '고가월세'가 급증하면서다.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월세 실거래(반전세 포함)를 분석한 결과 서초구에서 이뤄진 월세 거래 가운데 40%가 월 100만원을 웃돌았고, 200만원을 넘는 곳도 10%에 달했다. 강남구 역시 전체 거래 중 35%인 1896건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등 강남3구 고가 월세 거래는 서울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지난해부터 부쩍 늘어난 재건축 이주수요로 전셋집이 줄어들면서 그 수요가 월세로 옮겨간 것이 월셋값 상승에 불을 지핀 것으로 보인다"며 "전세난이 이제는 비싼 월세를 늘리는 '월세난'으로 바뀔 조짐"이라고 우려했다.
경기도로 이주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경기 지역에서도 성남시, 과천시, 안산시 등에서 재건축 이주수요가 있는데다 '탈서울' 행렬이 이어지면서 수도권 전역 전셋값이 동반 상승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경기 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1년 사이 3.3㎡당 93만원 상승한 가운데 강남권과 인접한 ▲과천시 195만원 ▲하남시 165만원 ▲성남시 138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규정
NH투자증권(005940) 부동산연구위원은 "서울 전셋값 상승에 따른 난민 발생으로 이동지역인 경기 지역의 전셋값이 덩달아 오르고 있다"며 "전세난에 따른 엑소더스가 전셋값 상승 풍선효과로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 전셋값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공급물량도 여의치 않아 전세난민 발생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초부터 강남발 전세난에 부동산시장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말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개포주공4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