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햄버거집 살인사건' 공범으로 지목된 패터슨 아더 존(37)과 에드워드 건 리(37)의 부모들이 서로 "자신의 아들은 범인이 아니다"며 법정에서 오열과 분노를 쏟아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심규홍) 심리로 열린 패터슨에 대한 살인죄 기소 9차 공판기일에서 증인으로 법정에 선 패터슨의 부친은 "패터슨은 살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군 CID에서 아들이 미국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는 기록과 갱단 가입 사실이 없다는 기록 등 아들에게 유리한 자료를 보관하고 있음에도 한국 법원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그 기록을 2년 째 요구했으나, 그들은 여전히 주지 않고 있다"고 흐느꼈다. 패터슨 부친은 또 "아들은 절대 도망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패터슨은 사건 직후 미군 CID로부터 조사받게 됐을 때도 도망가지 않고 자신을 데리러 오는 형사들을 기다렸고, 한국을 떠날 때도 추방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에 법에 따라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패터슨은 미국에 돌아간 뒤에도 도망가거나 숨지 않았다"며 "아들은 무죄이며 공소시효의 원칙에 따라 재판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발생 전 부친과 이혼한 패터슨 모친도 "아들은 절대 거짓말을 못 한다"며 패터슨의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이런 말씀을 드리기 뭣 하지만 아들은 굉장히 온순하고 사랑이 많은 아이"라면서 "패터슨은 솔직하고, 거짓말을 못 했다"고 말했다.
모친은 최후진술을 통해 "정말 죄송하다. 하지만 저희 아들은 아니다"면서 "저도 자식을 기르는 엄마로서, 자식을 키울 때는 애가 조금만 아파도 가슴이 미어지는데 다 키운 자식을 그렇게 잃으면 얼마나…"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천만번 억만번 말씀드려 믿어주실지 모르겠지만 그 심정을 정말 안다"며 "그러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닌 건 아닌 거"라며 "저희 아들은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리의 부친 또한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서 아들의 무죄를 주장했다. 리의 부친과 "리가 진범"이라고 주장하는 패터슨의 변호인 사이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리의 부친은 "리가 피해자를 흉기로 살해했다"는 변호인의 추궁에 "그런 말씀 하지 말라"며 "그것이 사실이라면 나한테 먼저 혼났을 것이다.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이 "부모의 정 때문에 혈육을 보호하려는 것 아니냐"고 묻자 리의 부친은 "저는 그런 사람이 못 된다. 했으면 했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18년 전 조사 당시 리에게 (너가 저지른 일이냐고) 무수히 물었고, '했으면 지금이라도 고백을 해라, 자백을 해라. 그것이 니가 사는 길이다'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이 사건 때문에 하던 사업도 다 접고 고통을 받아 왔다"면서도 "그러나 그것 또한 자식 잃은 부모님 앞에서 얘기하는 건 사치"라며 "진실이 밝혀져서 돌아가신 분과 돌아가신 분의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리의 아버지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태원 살인사건' 아더 존 패터슨 9차 공판에 증인신문을 위해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