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사건 조사를 위해 경찰서에 임의동행했다가 교통조사계로 강제연행 됐다면 위법수사이기 때문에 음주측정요구에 불응했어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음주측정거부)로 기소된 주모(55)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검찰 측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음주측정요구가 이뤄졌다면 음주측정요구 역시 위법하다"며 "위법한 음주측정요구에 대해 운전자가 응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해 이를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경찰관들이 경찰서 본관 입구에서 동행하기를 거절하는 피고인의 팔을 잡아끌고 교통조사계로 데리고 간 것은 위법한 강제연행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파출소에서의 음주측정요구를 한 것은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파출소에서 음주측정요구를 1회 불응한 사실만으로 피고인이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수 어렵다”고 했다.
장성경찰서 북일파출소 소속 경찰관 2명은 2012년 5월29일 새벽 폭행 신고를 받고 호남고속도로 인근 휴게소로 출동해 한 승용차 앞에서 피해자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있던 주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주씨에게 임의동행을 요구했고 주씨는 파출소로 갔다. 경찰은 폭행 사건 조사 중 피해자로부터 주씨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진술을 듣고서 음주측정을 요구했으나 주씨는 거부했다.
그러자 경찰은 주씨에게 폭행 사건 추가 조사를 위해 장성경찰서까지 임의동행할 것으로 요구했고 주씨는 받아들였다. 그러나 경찰서 본관 입구에서 경찰관들이 주씨를 폭력계가 아닌 교통조사계로 팔을 잡아끌고 데려간 뒤 3차례 음주측정요구를 했지만 주씨가 모두 거부했다.
1심은 사건 당시 주씨에게서 술냄새가 나고, 웃옷을 벗는 등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인정할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여 정당한 이유 없이 음주측정을 거부했다며 주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위법한 임의동행 상태에서 한 음주측정요구는 위법한 수사"라며 "피해자 진술조서 등만으로는 음주측정거부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로 판결했다. 이에 검찰이 상고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