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세계적인 경기 불황의 여파로 석유화학 업체들은 올해 '설 특수'를 누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과 한국의 설날 등 2월 연휴를 앞두고 각 제조사들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통상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동반상승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올해 1월 초의 석유화학 제품가격은 다른 달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TPA(테레프탈산) 원료로 쓰이는 PX(파라자일렌)의 1월 첫째주 가격은 전주보다 2.6% 하락한 톤당 74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줄곧 하락세다. 폴리에스터 섬유나 PET(페트) 제품에 쓰이는 TPA 가격도 톤당 582달러로, 전주 대비 0.9% 하락하며 PX와 비슷한 흐름이다. 섬유와 자동차 부동액 원료로 사용되는 EG(에틸렌글리콜) 가격 역시 전주 대비 5.5% 하락한 톤당 586달러로 집계됐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중국시장의 수요와 둔화 영향으로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NCC(나프타 분해설비) 업체의 새해 첫주 스프레드(마진)는 톤당 370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12월 말 373달러보다 소폭 낮아졌다. 지난해 4분기 스프레드는 384달러 수준이었다.
2~3개월 후 유럽 제조업을 예측할 수 있는 블룸버그의 '유럽 탄소배출권 월별 거래량'에서도 수요 둔화가 확인된다. 올해 1월 초 유럽의 탄소배출권 거래규모는 864만톤 수준으로 지난해 말보다 줄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1% 이상 감소했다. 중국 구매관리자지수(PMI) 부진에 따른 중국 경기 둔화 우려로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올해 들어 14일까지 14.2% 하락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지난 12월 425달러에서 1월 초 386달러로 급락하면서 같은 기간 에틸렌 스프레드(나프타와의 가격 차이)가 톤당 656달러에서 700달러로 커졌다는 점이다. 스프레드가 높을수록 기업이 얻는 이익은 커진다.
지난해 저유가가 마진 확대로 이어지면서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석화업체 '빅3' 는 4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지만, 글로벌 경기 불황의 여파는 피해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럽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디면서 아시아지역 화학제품의 실수요가 크지 않아 보인다"며 "국제유가가 점점 하락하면서 제품가격 반등을 노리고 화학제품을 구매하는 수요도 약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앞둔 지난해 2월 서울 중구 명동이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