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던 석유화학협회 신년회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불참으로 맥이 빠졌다. 어려운 업황 속에서 정부의 정책지원 등을 기대한 협회로서는 내심 야속한 심정이다. 특히 윤상직 장관이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신년회 당일 이임식을 개최하면서 협회 회원사들은 그들만의 신년회로 새해를 열어야 했다. 윤 장관은 부산 기장군 출마를 사실상 확정한 상태다.
소통을 기대했던 사장단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역력했다. 건배 제의를 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원래 간단히 말씀드리려 했는데 산업부에서 아무도 안 오셔서 길게 말씀드리게 됐다"며 "산업부에 할 얘기가 잔뜩 있었는데, 안오셔서 (분위기에) 안 맞는 말씀이 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이어 "세계적인 저성장과 저유가에 따른 수출 부진에도 끊임없는 자구 노력으로 지난해 석유화학업계는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며 "만만치 않은 경영 환경에서 저희의 노력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행사는 예정 시간보다 30분 일찍 끝났다.
행사가 끝난 후 허수영 석유화학협회 회장은 "신임 산업부 장관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등 여러 규제에 있어서 기업들이 활력있게 일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많이 지원해 줬으면 한다"고 답했다.
석유화학업계는 올해 장기적 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역동적인 한 해를 보낼 것을 다짐했다. 허 회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는 매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공급 축소로 수익성은 개선된 다행스러운 한 해였다"고 평가하며 "그럼에도 석유화학업계는 중장기 리스크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이어 "업계는 동종, 이종 업계간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쟁력 확보와 신사업 진출로 중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신산업 발전 플랫폼을 마련 중"이라며 "중국의 성장둔화와 대규모 증설추진, 자급률 상승에 따른 수입물량 축소에 대처할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석유화학 산업은 현재 중동과 북미의 가스기반 설비와 경쟁력 격차가 크게 축소됐고 중국의 석탄화학 설비보다 높은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게 됐으나, 2018년 이후 북미의 대규모 신규 설비 가동은 여전히 위협적인 변수"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화평법, 화관법, 탄소배출권 등 환경관련 이슈와 한·중 FTA의 발효, 수입 나프타에 대한 할당관세 부가 등이 업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허 회장은 언급했다.
한편 이날 신년회에는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을 비롯해 석화업계 사장단 모임에 처음 참석하게 된 김형건 SK종합화학 신임 사장, 이완재 SKC 신임 사장 등 석유화학업계 CEO 및 임원 140여명이 참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단 한 명도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1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2016년도 석유화학업계 신년회가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