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통신·공공요금을 잘 내면 개인 신용등급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이같은 신용등급 개선방안이 도입되면 최대 700만명 규모가 신용등급 상승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융거래 실적이 없어 신용등급이 낮았던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금리 인하 혜택을 볼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20일 이런 내용의 '개인신용평가 관행 개선방안'을 오는 2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나이스(NICE)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등 신용조회회사(CB)들은 개인 신용등급을 산출할 때 통신, 공공요금(도시가스·수도·전기),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납부 실적 등 비(非)금융 거래 정보를 반영한다.
그동안 CB 회사들은 연체이력과 같은 부정적 금융거래정보를 기초로 개인신용등급을 산정했고, 금융회사들은 이를 토대로 대출 여부와 금리를 정했다.
이 때문에 금융거래실적이 거의 없는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 1000만명에 달하는 사람이 '신용정보가 부족한 자'(Thin Filer)로 분류돼 4~6등급의 신용등급을 받았다. 다수의 금융 소비자가 불합리한 신용등급 탓에 시중은행이 아닌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을 이용하거나 1~3등급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최근 6개월 이상 통신·공공요금 등을 연체없이 납부한 증빙자료를 CB 회사에 제출하면 1주일 내 적정성 결과를 받고 신용등급에 대한 가점 부여가 결정된다. 이런 정보는 하나만 제출해도 가점을받을 수 있는데, 많이 제출할수록 유리하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나이스평가정보의 경우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공공정보에 대해 10점을 가점하고, 통신요금과 같은 민간정보는 5점을 더해준다.
KCB는 이와 달리 성실납부기간에 따라 5에서 15점까지 가점을 부여한다. 6개월간 성실하게 내면 5점, 24개월이면 15점을 받는 식이다.
이들 CB 회사는 이런 방식을 2~3년간 적용하면서 비금융 거래정보를 성실하게 납부한 실적과 불량률과의 유의미성을 분석해 가점 부여방식이 아닌 신용평가요소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소비자들은 자신의 납부실적 증빙자료를 6개월마다 계속 제출하지 않으면 이로 인한 가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러한 소비자 불편을 해소를 위해 통신회사·공공기관 등 비금융거래정보 보유기관이 납부정보를 CB 회사에 직접 제공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이번 개선안으로 최대 708만명의 신용등급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평가정보가 신용평가 대상자 4652만명을 대상으로 추정한 결과, 전체의 15.2%에 해당하는 708만명의 신용등급이 상승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 경우 최대 4조6000억원의 이자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자 중 30%만 해당한다고 봐도 212만명의 신용등급이 오르고, 1조4000억원의 이자비용이 절감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금융거래실적이 거의 없어 '신용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로 분류된 932만명 중 최대 317만명이 신용등급이 상승 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자비용 절감효과는 2조원에 달한다. 대상자 중 30%만 해당할 경우에도 100만명이 신용등급 상승의 혜택을 받고, 이자비용 절감효과는 6000억원 수준으로 예측된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새희망홀씨와 햇살론 등 서민금융을 성실하게 상환한 사람에 대해서도 신용평가 관련 가점을 부여한다. 이와 관련한 정보는 금융사와 CB회사 간 자동 제공되므로 소비자가 별도로 증빙자료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 바꿔드림론 성실 상환자의 경우 CB사에 관련 정보가 수집되지 않아 올 상반기 금융사로부터 대출정보를 수집하는 방안을 마련한 후 추진할 예정이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김유미 금융감독원 선임국장이 20일 '개인신용평가 관행 개선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