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존 완성차 업계와 IT 업계 간 경쟁 혹은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자동차가 점차 ‘바퀴 달린 IT 기기’로 진화 중인 가운데, 연간 1억대에 가까운 자동차 시장의 헤게모니는 향후 누가 쥐게 될까.
최근 KT경제경영연구소를 통해 ‘차세대 자동차 시장 놓고 벌이는 IT-자동차 업체들의 경쟁 및 협력’ 보고서를 발표한 IT 블로거 와이엇은 “차세대 자동차는 업계에 완전히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완성차와 부품 업체는 물론, IT 업체들에게도 새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어 이를 차지하기 위한 사활을 건 경쟁과 협력이 매우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전세계 자동차 제조원가 중 전자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30%에서 오는 2030년 5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만큼 최근 자동차에는 기계, 엔진 등 전통적 기술 대비 전자, 통신, 컴퓨터 등 IT 기술이 적용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적용 분야도 점점 주행, 동력 전달 등 자동차 본연의 핵심 기능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IT 기업 중 대표적으로 구글은 지난 2009년부터 무인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300만km가 넘는 시험주행을 했으며 겨우 10여건의 접촉 사고만 기록했다. 애플도 지난해부터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 ‘타이탄’을 극비에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동차 업체 볼보와 협력해 무인자동차에 장착된 센서들로 도로 상태를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칩 제조사인 퀄컴은 차량용 무선충전 기술인 ‘헤일로’를 적용한 시스템을 BMW i8 전기차에 적용해 선보였다. 지난 ‘CES 2016’에서는 차량용 AP ‘스냅드래곤 820A’를 공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LG전자(066570)가 지난 2013년 자동차 부품 사업을 시작해 2014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 CES에선 폭스바겐의 전기차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제공했다.
삼성전자(005930)도 최근 자동차 전장 사업부를 신설하며 아우디에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했다. 초기엔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장기적으로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009150), 삼성SDI 등의 계열사와 협업해 자동차 부품 사업에 본격 뛰어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도 시장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차세대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BMW는 ‘i 비전 퓨처 인터렉션(i Vision Future Interaction)’이라는 컨버터블 형태의 전기차를 공개했다. 차량의 터치스크린에 직접 손대지 않고 손의 움직임만으로 기능을 작동시키는 3D 제스처 인식 기능 ‘에어터치’를 탑재했고 자율주행 기능도 갖췄다.
폭스바겐 역시 제스처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전기차 ‘e-골프 터치’를 선보였다. 또 새로운 콘셉트카이자 모듈형 전기차인 ‘버디’는 한번 충전으로 최대 600km까지 주행할 수 있고 30분만에 80%까지 충전되는 고속충전 기술도 탑재됐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자율주행차 ‘쏘울 EV’를 CES에서 공개했다. 고속도로 및 도심 자율주행, 혼잡구간 주행지원, 비상시 갓길 자율정차 등의 기술이 적용됐으며, 지난해 12월 미국 네바다에서 고속도로 자율주행 면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이처럼 차세대 자동차는 다양한 IT 기술이 적용되면서 산업 간 경계를 허물고 있다. IT 기업과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 구도는 과거엔 예상치 못했던 현상이다. 와이엇은 “IT 기업들이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연간 약 1억대의 자동차 시장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며 “자율주행 기술을 비롯해 각종 센서, 통신, 전자 부품, 배터리, 소프트웨어 등 IT 기반의 많은 요소과 기술을 통해 차세대 자동차 시장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승호 현대차그룹 차량IT개발센터장(부사장)이 지난 5일(현지시각) ‘CES 2016’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아자동차 기자회견을 열고 자율주행 기술 개발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AP·뉴시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