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여주인공 '덕선' 역을 연기하며 광고계의 '대세녀'로 떠오른 가수 겸 탤런트 '혜리'가 의도치 않게 동일 제품군(업종)에는 같은 기간 모델로 활동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고 말았다. 혜리가 편의점 라이벌인
BGF리테일(027410)의 CU와 세븐일레븐의 모델로 동시에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혜리는 지난해 3월부터 세븐일레븐의 도시락 모델에 발탁돼 매출에 크게 이바지했다. 계약 기간도 아직 남아있다. 그런데 갑자지 혜리의 얼굴이 들어간 CU의 옥외 광고가 최근 지하철역사 46여곳에 걸렸다. CU 광고는 배달앱 '부탁해'와의 제휴를 통해 제공하는 '배달서비스'를 알리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확히 이 광고의 주체는 CU가 아니다. 광고주는 CU와 제휴를 맺은 메쉬코리아다. 메쉬코리아와 모델 계약을 맺은 혜리를 자사 배달앱 '부탁해'에 광고모델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해프닝이다. 매쉬코리아 입장에서는 최근 드라마의 인기로 인지도와 몸값이 높이 뛴 혜리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도치 않게 제휴사 CU 옥외 광고에 혜리를 활용했을 뿐이다. 혜리와 매쉬코리아와의 계약기간은 다음달 까지다. 앞으로 한달 이상은 두 편의점을 위해 홍보하는 혜리를 볼 수 밖에 없다.
이해관계가 얽힌 세 회사는 입장은 제각각이지만 가장 난감한 것은 세븐일레븐이다. 세븐일레븐은 속이 탄다. 혜리가 CU와 직접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어서 항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배달서비스' 광고라는 점이 더 배아프다. 모그룹인 롯데그룹이 중점사업으로 진행 중인 '옴니채널'의 일환으로 배달서비스 론칭을 준비 중인 상황에 경쟁사의 배달서비스 광고에 자사의 모델이 활동하고 있어서다.
메쉬코리아는 주력 사업인 배달앱이 최근 대대적으로 시작하는 새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데, 비싼 모델료를 주고 계약한 광고모델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세븐일레븐보다 한달이나 먼저 혜리를 광고모델로 기용했기에 당당하다. 오히려 이런 해프닝이 억울할 수 있다.
제휴사를 잘 선택한 CU는 한 푼도 안쓰고 혜리를 통해 배달서비스를 홍보할 수 있어 내심 만족해 하는 눈치다. 직접 혜리와 계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딱히 어떤 움직임을 보일만한 입장도 아니다. 불구경 수준이다.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파듯 세븐일레븐의 계열사이자 광고대행사 대홍기획이 나섰다. 대홍기획은 메쉬코리아 측에 해당 광고를 철거해줄 것을 요청했고, 메쉬코리아는 혜리와 모델 계약이 종료되는 다음달 말까지 광고를 집행하기로 합의했다.
세븐일레븐 측은 "혜리가 이미 세븐일레븐 도시락 모델로서의 인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타 업계인 배달앱의 광고에 등장하더라도 경쟁사에 미치는 광고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푸념 섞인 대답을 내 놓았다.
최근 드라마 '응답하라 1988' 흥행으로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혜리가 세븐일레븐과 CU, 두 라이벌 편의점의 광고에 동시에 등장했다. CU와 제휴를 맺은 배달앱 '부탁해'가 자사 모델 혜리를 편의점 배달 광고에 등장시킨 것(사진 아래)인데, 공교롭게도 혜리는 세븐일레븐(사진 위)과도 모델계약을 맺은 상태다. (사진=세븐일레븐·부탁해 홈페이지 캡처)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