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는 1960년을 전후로 태어난 이후 전국적으로 72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5%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이 은퇴하는 시점을 맞아 대거 제2의 인생을 준비할 시점에 도래하고 있지만 정작 은퇴 준비는 낙제점이다. 연금 3종 세트의 기초라던 국민연금은 2060년 고갈을 앞두고 있고, 퇴직연금펀드의 수익률도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개인연금 투자는 차치하고 이를 유지만 하고 있어도 다행인 상황이다. 이번 해피투모로우에서는 어떻게 해야 3대 연금이 은퇴 이후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지, 연금 이외의 다른 해법은 없을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이같은 문제점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500조원을 넘어선 국민연금기금의 해외투자 비중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지만 이를 관리할 전문인력 부족 등 인프라 수준은 여전히 미흡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국민연금 해외대체투자 확대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해외투자는 지난 2005년 13조원으로 전체 자산의 8%에 그쳤으나 9년 뒤인 2014년에는 8배 가량 불어나면서 100조원을 넘어 기금 전체의 22%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 연말에는 130조원으로 해외투자 비중이 24%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해외투자는 연간 40조에 달하는 기금적립금의 평균 증가분까지 감안한다면 매년 10조원 이상씩 불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급증하고 있는 해외대체투자를 감당할 국민연금공단의 인프라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사모투자(PEF) 및 헤지펀드와 같은 기업부문과 부동산 및 인프라(Infrastructure)와 같은 실물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는 대체투자를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특화된 전문인력과 시스템, 지역별 네트워크 등 구축 등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해외대체투자를 담당하는 인력은 총 27명. 팀별로 해외사모(PEF) 11명, 부동산 8명, 인프라 8명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규모의 경제 진입…공격형 '대체투자'
내년도 국민연금기금에서 대체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와 동일한 11.5% 수준이 될 전망이다. 다만 신규로 헤지펀드 투자가 계획되면서 항목별로는 투자 비중이 조금씩 조정되는 모습이다.
국민연금공단의 2016년도 여유자금 배분계획에 따르면, 대체투자 항목에 7조6700억원이 추가로 투자된다. 올해 계획됐던 추가 투자분보다 7000억원 정도 늘어난 수치다. 세부항목별로 보면 인프라와 사모펀드의 추가투자 규모가 하락하고, 부동산 부문의 투자액이 늘어나는 구조다.
인프라 부분은 내년에 1조4700억원이 추가 투자될 계획인데 이는 올해 목표보다 1700억원이 감소한 규모다. 사모펀드도 올해보다 3200억원 줄어든 3조500억원이 추가 투자될 예정이다. 대신 부동산 부문은 내년에 올해보다 1900억원 늘어난 2조15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대체투자 부문에서는 헤지펀드 항목이 새로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여유자금 배분 계획에는 내년에 헤지펀드에 1조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돼 있다. 국민연금기금의 대체투자는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기금의 대표적인 투자처인 채권 금리가 최근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고, 국내 주식시장도 기금 규모가 성장하면서 신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주요 연기금이나 국부펀드를 보더라도 대체투자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40% 수준이다. 국민연금기금의 2∼4배 높다. 국민연금 측은 “추세적으로 해외 대체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다만 실제 투자는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계획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IB 출범 '투자문이 열린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과 인프라 시장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기존 오피스 중심의 부동산 투자는 상가뿐만 아니라 호텔, 물류 부동산 등의 다양한 상업용 부동산을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고 주요 핵심권역을 중심으로 투자하던 글로벌 투자자들의 입지적 선택도 보다 광범위하게 분산해 투자되고 있다.
이런 환경속에서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공식적인 출범은 국민연금 해외투자에 있어 좋은 호재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AIIB 출범이후 아시아 국가들의 도로, 철도, 항만 등의 인프라 시설에 대한 투자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글로벌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에도 새로운 투자환경에 맞는 투자전략이 요구된다.
AIIB의 설립에 의해 향후 다양한 국가들에서 다양한 인프라 사업들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인프라 투자기회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거 잘못된 수요 예측과 비용추계에 의해 많은 도로와 철도 사업들이 막대한 손실을 발생시켰던 점을 주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경계했다.
노상윤 국민연금연구원 기금정책분석실 부연구위원은 "향후 글로벌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에 있어 커다란 과제가 될 것"이라며 "국민연금도 대체투자의 규모가 증대됨에 따라 이에 대한 보다 정교한 투자정책의 수립과 리스크 관리에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운용사, 해외 운용부분 역량 키워야
자산운용 시장에서 국민연금은 큰손이다. 국민연금이 자산운용사에 위탁하는 돈이 약 30% 정도 되기 때문에 투자금을 유치하는 업계 입장에서는 상당한 금액일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해외운용금액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국내 금융 운용사는 해외운용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이부분은 모두 해외운용사들이 가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한 증권사는 몇 년 전 미국 물류창고 투자건을 들고 국민연금을 찾았다가 거절을 당했던 사례도 전해졌다. 거부를 당한 이유가 미국 현지 운용사와 직접 거래하면 되는데 한국 증권사를 끼워 주면 이중으로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게 투자 거부의 논리였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운용사들에는 1년에 5000억원씩 위탁수수료를 지급하면서 국내 증권사나 운용사에는 수수료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얘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2009년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인 블랙스톤은 우리은행 계열 사모펀드인 우리PE와 함께 ‘우리블랙스톤PE’라는 펀드를 국내에 공동 설립했을때 경영권 인수펀드에 출자를 거부한 적도 있다.
김병규 NH-CA 자산운용 본부장은 "국민연금은 위탁을 아무 곳이나 선정하지 않고 투자프로세스와 철학이 명확한 곳을 선별하기 때문에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그 기준에 맞춰 투자프로세스를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스스로 개선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고 밝혔다. 또 김 본부장은 "국내 운용사들이 해외 운용부분 역량을 많이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야 운용사들이 국민연금 뿐 아니라 다른 기금의 해외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국민연금공단 지사.사진/뉴시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