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에서도 화장품 업계의 호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 첨병 역할을 한 것은 각 사의 얼굴 격인 '메가 브랜드'였다.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품질'과 '신뢰성'이 높아짐에 따라 각 사의 매출에 크게 기여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6일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연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호실적의 주역은 럭셔리 브랜드 '후'였다.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지난해 '후'의 글로벌 매출은 전체 화장품 매출(2조4490억원)의 3분의 1에 달하는 8000억원을 넘어섰다. '후'는 국내 면세점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에서도 큰 인기를 얻으며 LG생활건강의 전체 면세점 매출(6367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이 같은 '후'의 가파른 성장세는 '숨', '빌리프' 등 LG생활건강의 다른 럭셔리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치며 동반성장을 이끌었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럭셔리 라인 매출 신장률은 60%에 달했다.
업계는 다음달 2일 지난해 실적이 발표되는 아모레퍼시픽 역시 '설화수'를 바탕으로 높은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대표 한방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는 지난해 11월 마감 기준으로 연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3조5409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기업의 전체 매출 중에서 '설화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특히 단일 화장품 브랜드가 불과 11개월만에 매출 1조원을 넘긴 것은 흔치 않은 사례다. 브랜드 하나만으로 왠만한 기업의 1년치 매출을 크게 웃돈 것이다.
지난해 국내 패션·뷰티업계를 통틀어 국내 브랜드 중 연매출 1조원을 기록한 경우는 설화수가 유일하다.
'설화수'는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40%에 가까운 성장은 물론, 2005년부터 10년 연속 국내 백화점 매출 1위를 수성했고, 해외 진출 10개국에서의 고른 선전이 주효하며 이번 대기록을 이뤄냈다.
이 같은 화장품업계 '메가 브랜드'의 약진은 앞으로가 더 '장밋빛'이다. 최근들어 화장품 업계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면세점에서 호실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올해 서울 시내에 신규 면세점이 속속 오픈함에 따라 더 높은 실적을 보일 수 있을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기존 영업 중인 시내면세점들이 임시특허기간을 오는 5월까지로 연장함에 따라 올 상반기에는 서울 시내에만 11곳의 면세점이 운영된다. 판매할 유통 채널이 증가함에 따라 매출 향상도 전망된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사업은 면세점이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특히 올해 해외사업 성장의 동력인 중국 매출은 지난해보다 39% 증가한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시내 한 면세점의 '설화수' 매장에서 화장품을 구매하기 위해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설화수'는 지난해 면세점 등의 선전으로 11월 마감 기준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사진=뉴시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