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당초 제도의 본질을 흐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연구소 연구위원은 "지주사 전환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차원보다 대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실제로 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30% 밖에 없는데,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기업분할과 현물출자, 공개매수 등을 통해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2배 이상 늘어나는 사례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부방, 골프존, 우리산업 등이 이 같은 사례에 해당된다.
현재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해 지주사 전환을 독려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경영권 승계에 목적을 둔 편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됨으로써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최초 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했을 당시의 규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채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1999년 지주회사 제도를 부활시켰을 당시 지주회사는 부채비율 100% 미만을 유지해야 하며 자회사 지분은 50% 이상(비상자사 50%, 상장사 30%) 보유하도록 했다. 자회사가 손자회사를 보유할 수도 없었다. 다만 자회사의 사업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경우에는 인정했다. 이후 정부는 차츰 규제를 완화해 2006년에는 지주회사 부채비율을 200%로 상향했으며, 자회사 지분 요건도 비상장사는 50%에서 40%로, 상장사는 30%에서 20%로 낮췄다. 손자회사의 보유도 허용했다.
규제가 완화되면서 지주사 전환이 '지배구조 강화'라는 잘못된 방향으로 치우치는 현상을 낳고 있고, 대기업을 벤치마킹하는 중소·중견기업도 이 같은 행태를 쫓고 있다는 지적이다. 채 연구위원은 "중소·중견기업이고 상속에 있어서의 혜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본적으로 부의 되물림을 막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했는데 상대적 약자라고 해서 예외를 두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