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V자 반등'을 보이며 회복세를 보이던 삼성전자 실적이 5개 분기 만에 한풀 꺾였다. 스마트폰 부진 속에 '믿을맨' 역할을 했던 반도체가 고전하면서 전체 실적 하락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28일 지난해 4분기 매출액 53조3200억원, 영업이익 6조1400억원의 경영실적을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2% 증가했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17.0% 감소했다.
전체 이익의 60%를 차지하던 DS(반도체·부품)부문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3분기 분기 최고수준인 3조6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불과 1분기 만에 2조800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D램가격 하락이 실적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PC 수요 부진과 중국이 주도하는 공급과잉까지 겹쳐 가격 하락세가 이어졌다. '훈풍'으로 작용했던 환율 효과도 사라졌다. 지난해 3분기에는 환율이 급등하며 부품사업을 중심으로 8000억원가량의 이익이 늘었지만, 4분기에는 원화강세가 이어지며 약 4000억원이 고스란히 손실로 잡혔다.
지난해 3분기 '깜짝실적'을 냈던 디스플레이 역시 영업이익 3000억원에 그치며 수익이 쪼그라들었다. OLED 패널 판매량이 꾸준히 늘었지만 중국발 수급 불균형, 연말 재고조정 등 업계 전반에 걸친 악재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업황도 밝지만은 않다. 김병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OLED는 그나마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LCD의 수익성은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IM(IT·모바일)부문의 부진은 4분기에도 이어졌다. 매출액 25조원, 영업이익 2조2300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3.78% 늘었지만, 지난해 분기 실적 중에서는 가장 낮았다. 과거 폭발적인 수요가 사라진 가운데 반등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시장에서 좌표를 잃은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소비자가전(CE)부문은 양호한 성적표를 내놓으며 전통적 간판의 위상을 되찾았다. 프리미엄 제품군의 선전과 블랙프라이데이 등 북미지역 성수기 효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20% 늘어난 13조8500억원, 영업이익은 127.8% 급증한 82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1400억원 규모의 적자로 시작했지만, 분기를 거듭할수록 힘을 내는 모습이다.
지난해 시설투자는 총 25조5000억원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각각 14조7000억원, 4조7000억원이 투입됐다. 올해 시설투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아울러 보통주 1주당 2만원, 우선주 1주당 2만50원의 현금배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2조9198억2100만원이며, 배당기준일은 지난해 12월31일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뉴시스
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