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받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선고 직후 법정 밖 취재진들이 모인 자리에서 15분 가까이 '결백'을 호소했다.
29일 1심 선고를 받고 오후 2시50분경 법정을 빠져 나온 이 전 총리는 "작년 3월26일 해외자원개발 비리에 대해 담화를 발표했고, 당시 우리나라 전 공기업 사장단 회의에 최경환 부총리까지 배석을 시켜가며 우리나라에 천문학적인 32조의 손실, 앞으로 40조 이상이 될 수 있는 이 사건 본질에 대해 국민께 보고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그 과정에서 망 성완종씨가 제가 (자신에 대한 표적수사를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오해를 해 '3000만원 수수' 문제가 불거졌다"며 "재판부에서는 망자의 수행비서와 보좌관 등 관련자들의 진술을 믿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진실이 있는 한 (오늘 이 발언은) '양심선언'"이라면서 "앞으로도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이 전 총리는 "저는 2014년 11월, 누가 말하지도 않았지만 스스로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정치후원금 6400만원을 돌려줬다"며 "도지사 시절에는 84년 전 저희 조부가 가지고 계시다 받은 땅도 충청도청 이전 예정지에 속해 있다고 해서 국고에 반납했던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게 자식이 둘 있는데, 그들에게 해외유학자금 6000만원씩을 보내주면서 각 400만원 등 그에 대한 증여세 또한 자진 납부해 왔다"며 "도지사 재직 시 자식의 결혼, 장모님의 사망, 아버지의 사망 등과 관련해서도 한번도 경조사비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돈 3000만원 가지고, 이걸 받거나 그럴 사람이 아니다"면서 "그렇다면 2014년에 후원금을 왜 돌려줬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84년 전 일제시대 때 조부가 취득한 땅을 굳이 국가에 반납할 이유도 뭐가 있었겠느냐"고 재차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이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 측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며 "판결문에 토씨 하나 바뀌지 않고 검찰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져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사실과 관련해 '절차적 정의'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며 "망 성완종씨의 전직 운전기사와 자원봉사자 등이 '이완구를 처벌해야 한다'며 선고가 나기 전까지 재판부에 탄원서를 올린 이모씨의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았다"며 "그러나 그 진실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안 됐다"고 꼬집었다.
이 전 총리는 또 "유병기 전 충남도의원은 1차 검찰조사에서는 기억이 안 난다, 2차에서는 자신이 제 방에 있다가 밑으로 내려가 성완종씨를 제게 안내해 독대하게 했다는 진술을 했다"면서 "검찰과 삿대질까지 해가면서 다툼을 벌인 것을 재판부가 받아들였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를 수행했던 김민수 비서관의 GPS상 김 비서관이 충남도청에 있었던 것으로 안 나왔는데 재판부는 그것을 검찰 주장 그대로 받아들였고, 제 선거사무소 자원봉사자 한모씨는 방명록에 온 기록이 없는데 그걸 또 받아들여줬다"면서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이 사건에서 가장 결정적인 것은 '갈색 쇼핑백'인데, 정작 만들었다고 하는 사람은 테이프를 두른 적이 없다고 하고 색깔도 초록 또는 노란색이라고 법정에서 진술하는데, 성완종씨의 수행비서 등은 쇼핑백이 '갈색, 어두운 색이었다'고 주장했음에도 그 진술의 신빙성이 받아들여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김한표 의원은 성완종씨를 못 봤다고 하는데, 그 수사기록이 오늘 법정에 안 나왔다"며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서 저 아닌 누구라도 저항할 수 있고, 말씀드린대로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이 문제를 항소심에서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다만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이 수사 일체를 백서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하고, "우리나라 국민과 법조계, 또 정치권에서 이 나라의 '절차적 정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그리고 진실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몇 년 후에 해외자원개발 투자 문제가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불거졌을 경우, 제가 염려하는대로 오늘 이 광경을 여러분들이 기억해낼 것"이라며 "이완구가 이 자리에서 왜 그렇게 절규했는지, 이 사건은 간단하게 '이완구 형사사건'이 아닌 나라의 큰 손실이 간 사건으로 여러분들이 기록을 보게 될 것"이라며 발언을 끝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완구 전 총리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공판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뒤 취재진 앞에서 '결백'을 호소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