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법원 '징역 8월에 집유 2년'…이완구 "결백, 항소할 것"(종합)

재판부 "대의적 민주주의 신뢰 훼손…죄책 가볍지 않아"
이완구 "검찰 주장 다 받아들여…수사 부당성 폭로할 것"

입력 : 2016-01-29 오후 4:14:17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해 유죄가 인정됐다. 법원은 이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건넸다는 고 성 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마지막 통화내용과 메모의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장준현)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총리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진술과 증거들에 비춰볼 때, 이모씨(성완종의 비서실장)가 2013년 4월4일 오전 경남기업 본사에서 한모씨(경남기업 부사장)로부터 받은 쇼핑백은 성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여모씨(운전기사)를 거쳐 금모씨(수행비서)에게 전달된 다음, 당일 이 전 총리의 당시 선거 사무소에서 성완종과 피고인이 독대하는 가운데 전달됐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은 피고인이 자신을 표적수사 대상으로 삼았다는 배신과 분노의 감정 속에서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면서도 "기업인으로 자수성가해 국회의원까지 지내는 등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이 사망 직전에 거짓말을 남기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메모에 대해서도 "성 전 회장이 직접 작성해 사망 전 품속에 지니고 있던 것이고, 그 내용으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밝힌 공여내역이 적혀 있고 성 전 회장이 자신의 금품공여 내역을 직접 기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역시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증인으로 출석한 성 전 회장 관계자들의 법정 진술에 대해서도 "허위진술을 위한 모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진술조작을 모의했다면, 관계자들이 술자리에서 만난 적 있다는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들은 제각각 조금씩 다른 내용으로 진술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것이 이들 사이에 허위진술의 모의가 없었음을 뒷받침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관계자 진술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모순되는 것으로 나타나면, 발각의 위험성이 높다"면서 "전 국무총리를 상대로 섣불리 허위진술을 할 경우, 드러날 경우 받게 될 불이익 등의 소지가 커 적극적으로 진술을 조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이 전 총리가 자신의 이름이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온 것으로 보도되기 전부터 성 전 회장의 측근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성 회장과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고 묻는 등 추궁한 점도 유죄판단에 참작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무슨 연유가 있었는지 궁금했다'고 하지만, 이는 피고인 스스로도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으로 충분히 헤아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피고인이 결백하다면 별달리 궁금한 것도 없었을 것이고 이처럼 새벽부터 수차례 전화를 거는 과도한 행동을 안 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 "피고인은 지방경찰청장을 거쳐 충남도지사,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중진 정치인으로서 건전한 발전을 계도해야 할 지위에 있었는데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 이후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며 "이로 인해 대의적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됐고, 그 죄를 가볍게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그간 공직에 헌신하며 국가 발전에 기여한 점, 범행의 경위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사유로 참작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7월22일 첫 공판준비기일부터 이날 선고까지 빠짐없이 법정에 출석해 온 이 전 총리는 선고 직후 법정을 빠져나와 취재진들 앞에서 10분 넘게 '결백'을 호소했다.
 
이 전 총리는 "재판부가 검찰의 주장을 토씨 하나 안 빠뜨리고 다 받아들였지만 나는 결백하다"면서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완구 형사 사건'이 아니더라도, 이 사건은 국민들에게 남을 것"이라며 "모든 수사 상황을 백서로 만들어,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드러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 충남 부여읍 재보궐선거 사무실에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돼 지난 5일 징역 1년을 구형받았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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