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병 더민주 당원들의 자긍심을 지키겠다”

(인터뷰) 서울 노원병 출사표 던진 황창화 전 국회도서관장

입력 : 2016-01-29 오후 10:34:38
안철수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은 4월 총선의 최대 관심지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서른 한 살의 나이로 안 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지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노회찬 전 의원은 출마할 것인가, 총선과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않았던 더불어민주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도 관심거리다.
 
“안 의원이 2013년 재보선에 출마했을 때 무소속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선거운동을 열심히 도왔다. 그것이 노원병 당원들의 자부심이고 자긍심이었다. 그러나 안 의원은 탈당을 했고, 당을 이렇게 만들었다.”
 
28일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노원병 출마를 선언한 황창화 전 국회도서관장은 안 의원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분열의 아이콘”으로 정계를 떠나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황 전 관장은 이번 선거에는 더민주가 후보를 반드시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군가 ‘안 의원과의 총선 후 협력을 위해서라도 한번 더 양보하라’고 요구한다면 “염치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과거 다른 당(노회찬)이나 무소속(안철수) 후보의 선거운동을 자기 내 일처럼 도왔던 것이 당원들의 자긍심이었다면, 이제는 더민주에서 후보를 내고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그 자긍심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29일 이뤄진 황 전 관장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황창화 전 국회도서관장. 사진/뉴스토마토
 
-2014년까지 국회도서관장을 하는 등 정가에서는 꽤 알려진 인물이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한다면.
 
유신 말기 1977년 대학에 들어가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다. 중간에 학교를 그만두고 경기도 성남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성남노련 정책실장을 맡는 등 10여년 간 노동운동을 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후 임채정 전 국회의장과 인연을 맺으며 정치권에 들어왔다. 임 전 의장이 당시 서울 노원을에서 국회의원을 했을 때부터 나도 상계동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다. 임 전 의장은 새정치국민회의 정책위의장을 했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 후에는 정권 인수위원장을 했다. 그분을 보좌하는 나도 당 정책위원회와 인수위에서 일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국무총리실 정무비서관으로 출발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시절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일했다. 최근에는 2년 6개월 정도 국회도서관장을 했다. 국가의 중요한 정책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도서관장을 하면서는 한국의 지식, 문화 등의 정보가 결집돼 있는 곳에서 국회 의정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면을 쳐다볼 수 있었다. 정치신인이지만, 누구보다 많은 훈련을 쌓았고 실제로 정책을 집행하는 위치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한명숙 전 총리를 오랫동안 보좌했다. 그를 비롯해서 자신에게 영향을 준 정치인 누구인가.
 
임채정 전 국회의장과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임 전 의장은 정치란 엄중하고 깊이 고민하고 생각해야 되는 문제라면서 단순히 혈기로 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고 조언해줬다. 이해찬 전 총리는 국정 운영에 대해서 굉장히 해박하고 뛰어난 분이다. 이 총리를 통해 국정 운영의 노하우를 많이 배웠다. 소위 ‘일머리를 아는’ 분이어서 오히려 그 분과 함께 일할 때 편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한 총리에게는 정의로움에 대해 배웠다.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했다. 노원병하면 안철수, 노회찬, 이준석, 홍정욱 같은 유명한 이름들이 떠오른다. 그러다 보니 더민주에서 뛰는 인물들은 잘 보이지 않았고, 출마를 결심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출마하기로 했나.
 
노원병에서 안철수 의원과 붙어보자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도서관장 퇴임 후 앞으로 어떻게 살지를 모색했지만, 이번 총선에 출마할 생각은 안 하고 있었다. 지난 총선 때는 출마를 생각했다. 당시 한 전 총리가 당 대표를 맡고 있었고 나에게도 많은 권유가 들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안 의원 탈당 사태로 인해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안 의원 탈당 후 나와 지역의 당원들은 지역구 상황을 수습해야 했다. 평당원들까지 나서서 당을 지키겠다며 서명운동을 했다. 따라 나가는 사람이 없었다. 나도 그런 과정에 참여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노원병은 한국 정치의 모순이 집약된 곳”이라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
 
노원병은 야권 분열의 발원지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상황이 노원병에 집약돼 있고, 헤쳐 나가야 할 과제도 이곳에 다 모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민주의 후보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노원병은 30대 젊은 후보들이 나와 세대교체 같은 주장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진검승부가 있어야 하는 곳이다. 심지어 내가 출마선언을 하기 전에 나는 문재인 전 대표가 노원병에서 아예 출마해서 담판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래야 야권 분열의 문제가 대선 때까지 완전히 정리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안철수 의원을 향해 ‘분열의 아이콘’이라며 정계 은퇴를 요구했는데.
 
선거 전략의 차원에서 한 말이 아니다. 안철수 의원은 민주개혁 진영의 중요한 자산이다. 그런 의미로 안 의원이 노원병에서 출마했을 때, 비록 무소속이었지만 당원들 모두 열심히 도왔다. 우리 당에서 후보도 안 냈다. 나도 당시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많은 주변 사람들에게 안 의원을 도와주자고 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의원이 보여줬던 행보는 정치와는 좀 안 맞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주변에서 있었다. 정치는 대의명분이 중요한데 안 의원의 탈당에는 명분이 없었다. 안 의원은 정치하고 안 맞는 사람 같다.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친 것 같았다. 그래서 차라리 정치를 그만두고 존경받는 인재로 남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정계 은퇴를 요구한 것이다.
 
-새누리당 이준석 전 비대위원도 노원병 출마를 선언했다. ‘하버드대 출신 이준석’이 교육열 높은 상계동에서 통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던데.
 
상계동은 이미 하버드를 한번 겪었다. 하버드대 출신 홍정욱 전 의원이다. 그러나 그는 국회의원을 하면서 상계동 주민들과 밀착되지 못하고 겉돌았다. 그 사실을 유권자들이 너무 잘 알고 있다. 물론 상계동은 교육열이 높고 젊은 학부모들이 많은 곳이다. 그렇지만 하버드 출신 의원이라고 별로 다를 게 없고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게 됐다. 노원병에는 또 젊은 후보가 나와 세대교체를 주장할 만한 대상도 없다. 안철수 의원은 초선이고 나는 정치신인이다. 이런 사람들을 물갈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
 
-안 의원이 노원병 출마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선거 후 협력을 위해서라도 더민주가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당 안에서도 있을 수 있다. 뭐라고 반박할 것인가.
 
안 의원이나 노회찬 전 의원은 야권연대를 이유로 더민주에 후보를 양보하라고 요구할 명분이 없다. 염치가 없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두 사람 모두 선거를 통해 한번 이상 ‘혜택’을 누렸다. 노 전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에 이어 2014년 7·30 재보선에서도 서울 동작을에 출마해 후보단일화의 혜택을 받았다. 우리 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안 의원도 마찬가지이다. 2013년 재보선에 출마했을 때 무소속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안 의원 선거운동을 당원들이 열심히 도왔다. 그렇게 행동한 것이 우리 노원병 당원들의 자부심이고 자긍심이었다. 그런데도 안 의원은 탈당을 했고, 당을 이렇게 만들었다. 우리 당에 또 후보 자리를 양보하라고 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지역 공약은 어떤 것이 있나.
 
상계동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다. 실상을 잘 알고 있다. 상계동은 한국 사회가 보편적으로 안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집약된 곳이다. 양극화와 저출산, 교육 문제를 다 안고 있다. 또 상계동은 노원구 안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이다. 중계동이나 하계동에는 문화 시설들도 있지만 상계동에는 아파트만 있다. 영화관과 백화점, 도서관 몇 군데 정도다. 내가 국회 도서관장을 했기 때문에 문화 분야를 개척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또 상계동은 젊은 사람들이 집값이 저렴해서 들어와서 살다가 어느 정도 기반을 잡으면 다시 떠나는 도시가 돼버렸다.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는 구체적인 공약을 가지고 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황창화 전 국회도서관장이 올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은 도서관장 당시 국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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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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