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 부진으로 수출이 줄었지만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데 따른 불황형 흑자 흐름이 이어져 그림자를 드리웠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2015년 12월 국제수지(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059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2014년 843억7000만달러보다 25.6%(215억9000만달러)나 늘고 연간 기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경상수지 흑자는 74억6000만달러로 46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경상수지가 흑자 행진을 이어간 것은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크다. 실제 지난해 중동산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배럴당 가격은 연평균 51.1달러로 전년 96.4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품수지 흑자는 1203억7000만달러로 전년(888억9000만달러)보다 314억9000만달러 증가했다.
이 가운데 수출은 5489억3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0.5% 하락했고, 수입은 4285억6000만달러로 18.2%나 급감했다. 상품교역에서 수출과 수입이 함께 감소한 가운데,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데 따른 이른바 '불황형 흑자' 구조인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서비스수지는 157억800만달러 적자를 냈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2010년(-142억3800만달러)을 뛰어넘어 한은이 관련 통계를 편제한 1980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여행수지가 96억7300만달러로 적자 폭이 컸고 가공서비스(-54억9500만달러), 지식재산권사용료(-36억3300만달러)도 적자를 기록했다.
전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으로 여행수지 적자가 컸고 해외 건설과 운송의 업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급료·임금과 투자소득이 포함된 본원소득수지의 흑자는 59억2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해외에 거주하는 교포의 국내 송금 등 대가 없이 주고받는 거래 차액을 가리키는 이전소득수지는 46억13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상품·서비스 거래가 없는 자본 유출입을 보여주는 금융계정의 순자산은 1096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내국인의 해외투자는 276억4000만 달러 늘었고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50억4000만 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 순자산은 496억1000만달러 늘었다.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423억3000만달러 증가했지만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72억9000만달러 감소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전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1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2015년 12월 국제수지(잠정치)'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