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이 계열사들의 몰아주기 덕분에 퇴직연금 시장에서 대형사들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퇴직연금 적립금 중 계열사 비중이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나타내면서 손보업계 중 가장 높은 계열사 비중을 나타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시장에서 롯데손보는 지난해 말 기준 1조5062억원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기록하면서 손해보험업계 중 점유율 3위를 기록했다. 롯데손보가 이 같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계열사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롯데손보의 퇴직연금 적립금 중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46.6%(7016억원)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회사별 적립금 규모를 살펴보면 업계 1위 삼성화재가 2조8048억원으로 적립금이 가장 많았다. 이어 KB손해보험 2조2037억원, 롯데손보 1조5062억원, 현대해상 8800억원, 동부화재가 746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거의 모든 보험종목에서 시장점유율 대로 순위가 나오지만 퇴직연금 적립금은 롯데손보가 대형사인 동부화재와 현대해상을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면서 "롯데손보가 롯데그룹의 계열사 물건을 대거 확보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계열사 물건을 빼면 롯데손보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8046억원 수준으로 현대해상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같이 손해보험업계에서 퇴직연금 시장의 점유율은 계열사 지원의 영향이 지배적이다. 삼성화재도 삼성생명에 비해 비중이 낮지만 계열사 적립금 비중이 34.5%로 타 손보사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면서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화재에 이어 두번째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KB손보는 계열사 비중이 2.6%로 낮게 나타나지만 사실상 계열사 비중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작년 KB금융으로 인수 되기 전 LIG손보 시절 범LG 계열 물건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해상은 계열사 비중이 11%밖에 되지 않는다. 계열사의 규모가 적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해상은 퇴직연금에서 만큼은 현대자동차 지원도 받지 못한다. 현대자동차그룹 금융사인 현대라이프와 HMC 증권이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계열사 지원을 받을 경우 인건비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
계열사 지원을 받은 삼성화재와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현대해상의 퇴직연금 전담 인력은 4배 이상 차이난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실적이 월등하게 높은 삼성화재가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삼성화재는 총 29명이 퇴직연금을 전담하고 있으며 현대해상은 133명이 퇴직연금을 전담하고 있다. 결국 삼성화재는 계열사의 힘을 받아 훨씬 더 적은 인원으로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보험사들 뿐 아니라 모든 금융사가 계열사 비중이 높은 편으로 국정감사에서도 일감몰아주기로 질타를 받은 바 있다"며 "현행 법상 수입보험료 대비 퇴직연금 비중이 30%가 넘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 문제가 된 보험사는 단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시장이 점점 더 커지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계열사가 아닌 일반계약을 좀처럼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