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인줄 알았더니 크론병이라고?

20~30대 절반 정도 차지…체내 면역반응 억제해야

입력 : 2016-02-03 오전 6:00:00
평소 설사로 고생해오던 직장인 차(남·39)모씨는 지난해 겨울부터 혈변과 복통 증상을 호소했다. 단순 치질이라고 생각하고 민망함 때문에 진료를 미루다 항문에 통증이 더욱 심해져 병원을 찾은 그는 크론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크론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4년 1만7280여명으로 2010년(1만2230여명) 대비 41% 증가했다. 2014년 기준 성별로는 남성 환자가 1만1370여명으로 여성 환자(5900여명)에 비해 2배 정도 많았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1%, 30대가 23%, 10대가 17%, 40대가 14% 순이었다.
 
크론병은 만성적으로 재발이 반복되는 염증성 장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설사나 때로는 피가 섞인 혈변, 심한 복통, 메스꺼움, 발열, 식욕부진, 체중감소, 피로감 등이다.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서나 발병할 수 있지만 주로 대장과 소장에서 많이 발병한다.
 
크론병 환자는 치루, 항문주위 농양 등과 같은 항문질환이 흔히 동반된다. 항문 밖으로 고름 등 분비물이 나오는 질환인 치루는 크론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우리나라 크론병 환자 약 30~50%가 이러한 항문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금까지 크론병의 발병 원인이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인 요인, 식이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장내 세균의 불균형 등으로 인한 인체의 과도한 면역반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20~30대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는데, 생활습관 및 음식문화가 서구화되면서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크론병은 대표적으로 서구에 많은 발생하는 질환이다.
 
장에 염증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일종의 면역질환으로 농촌보다 도시에서 발병할 확률이 높아서 일명 '부자병'이라고도 부른다. 이는 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라거나 면역력에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항원에 노출되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상당수의 환자들은 크론병을 단순 치질로 오인해 치료를 미루거나 단순히 치질 수술만으로 완치가 된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적잖다. 하지만 크론병을 방치하면 증상이 더욱 악화되거나 재발된다. 크론병으로 인한 치루는 단순히 치루 제거수술을 통해 치료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치루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치료 방법을 시행해야 한다.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꾸준한 약물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크론병은 장관 협착, 누공, 천공 등의 합병증을 유발해 장 절제 수술을 받게 된다. 반복적인 장 절제 수술로 인해 단장증후군과 같은 신체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 또한 장 이외 신체의 다른 부위에도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환자의 20~30%가 눈과 입(구내염), 관절, 피부 등에 염증 및 통증과 골다공증, 신장결석 등의 다양한 합병증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함께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크론병을 예방하기 위해선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의 섭취량을 줄이고 주로 채식 위주로 골고루 식사하는 건강한 식습관이 중요하다. 크론병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음식은 지방이 많은 육식 및 유제품, 자극이 강한 향신료, 알코올,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 탄산음료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런 음식들이 항상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은 아니므로 무조건 피하는 것보다는 식사와 증상 발생 사이의 관계를 파악해서 증상 악화와 관련이 있는 특정 음식을 피해야 한다. 영양부족증이 발생하지 않게 유의해야 한다.
 
염증성장질환자에서 부족할 수 있는 영양분은 엽산, 비타민 B12, 칼슘, 비타민 D, 철분, 각종 무기질 등이다. 인체에 유익한 세균인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등)와 등푸른 생선 등에 많이 함유돼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이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흡연은 크론병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지므로 금연은 필수다.
 
염증성 장질환은 환자에 따라 병변이 생기는 부위나 범위, 증상, 경과 등이 다양할 뿐 아니라 치료에 대한 반응도 다르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 치료해야 한다. 크론병의 치료는 최대한 증상을 완화하고 염증으로 인한 손상과 합병증을 막기 위해 장 혹은 전신에 작용하는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생물학적제제 등의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염증을 억제하고 제거할 목적이다. 약물 치료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장폐쇄, 장협착, 장천공, 복강 내 농양 등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면 수술이 고려된다. 수술을 한다 해도 크론병이 완치되는 것은 아니며, 질병이 다시 악화돼 재수술을 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김정욱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크론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인 치루, 항문주위농양 등 항문질환은 한번 수술을 받고도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아 여러 번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치의와 긴밀하게 상의해 조기진단과 치료를 통해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체내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론병은 만성적으로 재발이 반복되는 염증성 장질환이다. 단순 치질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는데, 방치할 경우 장관 협착, 누공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조기진단과 치료를 통해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체내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사진제공=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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