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인기를 끌었던 '과일맛 스낵'의 매출이 반년 만에 뚝 떨어졌다. 앞서 2014년 출시된 '허니 스낵'의 경우 1년6개월이 지나서야 매출 상승세가 꺾였다. 제품 주기가 갈수록 짧아진 셈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잇따라 출시됐던 과일맛 감자스낵 제품들의 매출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A대형마트의 경우 지난해 8월 대비 올해 1월 매출이 31.7%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여름 10개 정도 팔리던 제품이 지금은 3개밖에 판매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B대형마트의 경우 같은 기간 매출이 10분의 2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상황이 더 심각하다. C대형마트는 재고떨이를 위한 행사를 진행한 후 아예 과일맛 스낵 제품들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해태제과 '허니통통 애플·딸기'를 시작으로 관련 과일맛 제품들이 연이어 출시됐다.
롯데제과(004990)의 경우 기존 감자칩 '레이즈'에 바나나·딸기·사과 등 과일맛 양념가루를 추가로 부착했으며 '바나나 먹은 감자칩'이라는 신제품도 선보였다.
오리온(001800) 역시 '포카칩 라임페퍼'로 시장에 합류했다. 과일맛 스낵이 인기를 끌자 해태제과는 8월 맛동산의 과일맛 제품인 '플라망고'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스낵류의 '제품주기(하나의 제품이 시장에 나온 후 성장과 성숙과정을 거쳐 쇠퇴해 시장에서 사라지는 과정)'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출시된지 반년 만에 이렇게 인기가 떨어질 줄 예상하지 못했다"며 "소비자의 입맛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제품의 생명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과일맛 스낵보다 먼저 인기몰이를 했던 허니 스낵의 경우 2014년 8월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출시를 시작으로 1년이 지나서야 매출이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A편의점의 경우 2014년부터 전체 과자 매출 중 허니스낵 매출 비중이 꾸준히 상승하다 지난해 2분기 27.8%로 정점을 찍은 후 4분기 16.4%까지 줄어들었다. B편의점 역시 2분기 26.2%에서 4분기 17.8%로 비중이 감소하는 중이다
제과업체 관계자는 "허니류 제품들은 판매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제품의 생명력이 끝났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며 "하지만 과일맛 과자의 매출 감소는 허니 과자보다 빠른 추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새해 들어 제과업체들의 신제품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가장 좋은 경우는 허니, 과일맛 처럼 하나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할 정도로 신제품이 뜨거운 반응을 얻는 것"이라며 "여름 과자 성수기를 대비해 4~5월부터는 관련 업체들도 관련 상품을 속속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판매가 감소하고 있기는 하지만 과일맛 과자를 통해 기존 제품과는 다른 생소한 맛도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에 따라 전혀 새로운 형식과 맛을 접목한 신제품도 올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허니 스낵' 열풍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던 '과일맛 스낵'의 인기가 불과 반년만에 사그라들면서 과자의 '제품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 진열된 과일맛 스낵 제품들. (사진=이철 기자)
이철 기자 iron62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