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경제정책 전환 요구…"천수답 아닌 수리답에서 길 찾아야"

"양적완화 성공사례 없다…수요진작에서 공급확대로"

입력 : 2016-02-04 오후 2:31:44
[뉴스토마토 남궁민관·조승희 기자] 재계가 정부의 경제정책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펼쳐왔던 양적완화 등 수요진작 정책을 공급확대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또 이를 기반으로 신산업 발굴 및 육성에도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전국경제인연합회관을 찾아 30대그룹 사장단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산업부 장관이 30대그룹 사장단을 만난 것은 지난 2014년 1월 이후 2년 만이다.
 
이 자리에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30대그룹을 대표해 정부가 거시정책에서 미시정책으로 정책기조를 전환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기존 양적완화 등 거시정책이 마땅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만큼 공급정책 확대·신산업 육성 등 경제체질 개선에 정부와 경제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은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를 지속 시행하고 있지만 성공사례가 거의 없으며, 미국 역시 양적완화와 같은 거시정책이 아닌 셰일가스와 같은 공급혁신과 애플, 아마존 등 신성장 동력이 경기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며 "정부가 정책금융으로 25조원을 푼다고 하지만 이는 경기는 살릴 수 있어도 경제를 살리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정책기조가 기존 수요진작에서 국내에 없는 산업과 새로운 상품, 기술을 개발하는 공급확대 전략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돈 풀고 잘 되길 기대하는 '천수답'식이 아닌 메마른 땅에 물길도 내고 농작물을 심어 수확하는 '수리답'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장관은 신산업 발굴·육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책기조 변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주 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에 있다"며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그에 걸맞는 새로운 대체 주력산업이 발빠르게 창출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만큼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는 이들이 없으니 기업이 하려는 투자와 관련한 애로를 해소하도록 정부가 지원할 것"이라며 "예산이나 금융, 세제 등의 수단을 비롯해 구체적으로 R&D나 인력, 판로 등 통상 차원의 지원과 규제완화 등을 통해 조기성과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거시정책에서 미시정책으로의 경제정책 수정 요청에 대해서는 "나는 두 개가 같이 가야 한다고 본다"며 "단기적으로 수요 부진이 심각할 때 정부가 이를 보충해 주는 거시차원의 확장정책이 필요하며, 다만 미시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개혁이 같이 가야 한다"고 이견을 보였다.
 
주 장관은 미시적 구조개혁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과 금융시장, 교육 등 4대 부문 개혁, 서비스산업 발전, 규제완화 등과 관련한 입법이 제 속도를 못내고 있다"며 "이런 부분이 미시적 구조개혁으로, 정부는 제때 입법 가능토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사업과 관련된 기업인들의 구체적인 지원방안 건의도 활발히 이뤄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주 장관과 사장단의 건의 및 답변 시간은 예정시간인 1시간을 30분가량 넘어 이어졌다.
 
사장단들은 에너지 분야에서 ▲전력 소매판매 확대 허용 ▲에너지 신산업 시장 확대 지원을 비롯해 산업 분야에서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 활용 확대 ▲이란시장 진출 지원 ▲스마트 가전의 소비전력 기준 완화 등을 정부 측에 요청했다.
 
구체적으로는 ▲사물인터넷(IoT) 실현을 위한 네거티브 규제 도입 ▲에너지 등급 하락을 막기 위한 스탠바이 전력 필요 ▲신재생 에너지 전력가격 인상 ▲원유 국가차원의 공동구매 ▲에너지 관련 세액 공재 비율 3% 이상 확대 ▲해외기업과 역차별 방지를 위한 대형마트 및 택배 영업규제 완화 등 전 업종에 걸쳐 다양한 건의사항이 쏟아져 나왔다.
 
임상혁 전경련 전무는"이례적으로 참석한 전원 모두 발언을 했다"며 "그만큼 경제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이자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표출된 것으로, 주 장관 역시 조속한 성과가 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30대 그룹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남궁민관·조승희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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