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통 사업 추진이 7번째 수포로 돌아갔다. 번번히 이같은 결과는 나오는 이유에 대해 국내 통신 시장에서 더 이상 초과이윤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제4이통 사업자 선정에 대해 정부는 재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다시 추진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앞서 “정부가 파격적인 수준으로 진입 장벽을 낮췄는데도 새로운 플레이어가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면 이는 현재 통신 시장에 초과이윤이 없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신규사업자 심사에서는 퀀텀모바일, 세종모바일, K모바일 등 3개 법인이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대기업의 지분 참여는 없었다. 최소 2조원 이상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할 주체가 나타나지 않았고, 이는 곧 현재의 통신 시장이 그만큼의 투자 가치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과거 이통 시장의 후발 주자였던
LG유플러스(032640)는
SK텔레콤(017670)과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에서 1만원 이상 격차가 나기도 했지만 ‘4G LTE’라는 역전의 기회가 있었다. 경쟁사보다 먼저 LTE 서비스를 치고 나가며 지난해 SK텔레콤의 ARPU를 앞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제4이통이 들어오더라도 LTE 서비스에서 기존 사업자를 능가하거나 5G 서비스를 선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평가다. 정부는 신규 사업자가 들어와 알뜰폰에 저렴하게 망을 도매 제공하고 사물인터넷(IoT) 등 신사업을 추진하는 그림을 그렸지만, 이를 위해 수조원을 투자하며 망 구축부터 뛰어들 사업자는 등장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현 시장은 기존 사업자들에게도 가입자와 서비스 포화로 인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약 5800만명에 달해 전체 인구의 110%에 이른다. 이 중 지난해 말 기준 LTE 가입자 비중은 66%(SK텔레콤)에서 80%(LG유플러스)까지 증가했다.
LTE로 촉발됐던 시장 성장세가 둔화돼 향후 2020년경 5G 서비스가 본격화되기 이전까지 돌파구 마련이 시급해진 상태다. 단말기 유통법 시행 이후 데이터 중심 요금제 및 요금인하 가입자 증가, 중저가폰·자급제폰 확산 등 시장 환경까지 크게 변하면서 지난해 이통 3사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매출이 동반 감소했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포화된 이통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지속하기는 어렵다”며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해 성장 한계를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문지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이통 시장이 성장 둔화 시그널을 보이면서 통신 본업 위주로 성장을 이어가기가 어려워졌다”며 “통신사들은 통신 본업에 도움이 되면서도 실적에 즉각 기여할 수 있는 비통신 사업, 부가 사업을 확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제4이통 출범 불발은 예상된 결과이고 앞으로는 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며 “올해 이통 시장은 네트워크, 단말, 요금제 모두에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통신 시장에 신규 사업자가 등장하지 못하는 것은 더 이상 초과이윤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