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인력 안전 귀환 등 정부 위기관리능력 시험대 올라

개성공단 철수 시작…자재·완제품 반출, 단전·단수 등에서 마찰 생겨 갈등으로 비화할 수도

입력 : 2016-02-11 오후 2:59:00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에 따라 남측 인원과 자재, 장비의 철수가 11일 시작된 가운데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과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적지 않은데, 논의 과정에서 이견이 커져 심각한 위기로 비화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뢰밭을 걷는 듯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철수의 쟁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남측 인력의 안전한 귀환이다. 공단에는 11일 밤 248명이 체류할 예정이다. 이들은 현지에서 철수에 필요한 작업을 마친 후 완제품과 자재 등을 싣고 순차적으로 귀환할 계획이다. 완전한 철수까지는 일주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체류 인원 중에는 김남식 개성공단관리위원장(전 통일부 차관)을 비롯해 13명의 관리위 인력도 있다. 관리위는 북측 기구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측과 철수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인력 철수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질 경우 북측이 일부 인력의 귀환을 막는 등의 악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개성공단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우발 상황에 대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사적 조치를 시사하는 듯한 이같은 발언이 오히려 북한을 자극해 예기치 않은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철수 과정의 또 다른 쟁점은 원·부자재와 장비, 완제품 등의 운반 문제다. 기업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이 가져오려고 하겠지만, 그 경우 철수 절차가 길어져 남북의 마찰 가능 기간도 연장될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자는 "각 기업의 설비와 자재, 보관 중인 완제품을 모두 철수시킨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지만, 설비까지 무리하게 뜯어오려 할 경우 위험지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공단 내 등록된 설비의 반출을 불허하며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 쟁점은 기업들이 북한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임금과 북한 당국에 지불하는 세금 정산 문제다. 2013년 개성공단 5개월 중단 당시 남측 인원들이 철수할 때에도 북한 근로자의 임금 미지급분과 미납 세금 문제 등을 둘러싼 실무협의 때문에 공단관리위 직원 7명이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다. 그같은 상황이 재연될 경우 관리위 직원들의 귀환을 두고 긴장이 조성될 수 있다.
 
넷째, 공단에 공급되는 물과 전기를 끊는 문제다. 이 역시 2013년 사례를 바탕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전은 정상 가동 때의 10% 수준인 3000㎾ 안팎의 전력을 공급한 바 있다. 공단 내 관리동·사무동의 전등을 밝히고 정수장을 돌릴 수 있는 최소한의 전력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가 ‘전면중단’이라는 강수를 꺼냄에 따라 3년 전보다 적은 전력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한전 측은 정부 방침만 정해지면 현지 직원들이 곧바로 단전 조치를 취하고 철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전 조치는 최후의 인원들이 내려올 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단수 문제는 북한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쟁점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북한 월고저수지에서 물을 끌어와 공단 내 정수장에서 생산하는 물은 공단뿐만 아니라 일반 개성시민 약 10만명의 식수로도 사용되기 때문이다. 2013년 중단 때 수자원공사는 공단에 공급하는 물은 끊었지만 개성시민에 대한 공급은 인도적 차원에서 유지했다. 이번에 만약 전면 단수를 시도할 경우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직접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강력히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통일부 등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단수의 시기와 폭을 검토하고 있다.
 
철수 첫날인 11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남측으로 귀환한 이들이 전하는 공단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수와 관련된 쟁점이 어느 한 곳에서라도 현실로 불거질 경우 상황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개성공단 철수가 시작된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개성공단으로 들어가기 위해 남측 인력들이 대기하고 있다. 이들은 현지에서 철수에 필요한 작업을 마치고 귀환할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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