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된 A그룹에 대한 회계감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작년 10월 말 착수된 회계감리가 '함흥차사'가 되면서 이런 사정이 반영되지 않은 채 채권은행들의 국내기업 신용위험평가가 진행됐고, 최근 A그룹이 작년 매출액 12조원을 넘기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는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8일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A중공업 등에 대한 회계감리의 속도가 느리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계획"이라며 "그동안 A중공업 등만 따로 회계감리하고 있는 게 아니라 다른 기업들에 대한 감리도 동시에 진행됐기 때문에 현재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의 조사가 끝나면 금융위원회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거쳐 결과가 공표된다.
앞서 지난해 10월28일 금감원이 A그룹에 대한 회계감리에 착수한다는 사실이 전해진 바 있다. 당시 금감원은 A중공업의 분식회계 여부와 A그룹 사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집중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조사는 통상 4~5개월이 소요되는데, 벌써 4개월 가까이 지났으나 현재까지는 큰 진척이 없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감원 관계자는 "감리에 착수한 지 3년이 되어 가는 경우도 많다"며 "금감원은 당사자에 서면조사와 질문도 할 수 있으나, 압수수색을 할 수 없어 감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한계·부실기업을 솎아 낼 목적으로 작년에 강도 높게 추진한 채권은행들의 기업 신용위험평가에는 이처럼 회계감리를 받고 있는 사정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확정되지 않은 사안을 기업 신용위험평가에 반영할 수는 없다"며 "회계감리 이후 정상적인 기업으로 판명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는 사이 A그룹의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등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의 회계감리 소식이 전해진 작년 10월28일 A그룹 주가는 종가 기준 12만4000원을 나타내 전거래일보다 2000원(1.59%) 내려갔고, 같은 달 30일 11만7000원까지 떨어지는 하락세를 보였다.
반대로 지난 3일 사상최대 규모라는 실적이 발표된 당일에는 11만7000원을 기록해 전일보다 무려 1만1500원(10.90%)이나 상승한 데 이어 5일까지 12만2500원까지 올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러나 "회계감리와 주가등락은 무관할 것"이라며 "중국 성장 둔화 등 대외 이슈가 많았다"고 말했다.
A그룹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2.3% 늘어난 12조4585억원, 영업이익의 경우 같은 기간 58.3% 증가한 9502억원을 기록했다. 중공업부문 영업이익은 1522억원으로 전년(52억원)보다 2800% 이상 급증했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