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수출전선이 휘청일 태세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한미 양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논의에 본격 착수하면서 동북아 정세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특히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나서면서 한중 무역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14일 국방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분 하에 이번주부터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공식 협의에 돌입, 상반기 내 배치 지역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중국은 다분히 자국을 겨냥한 목적으로 보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은 앞서 11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사드는 분명히 중국의 전략적 안전 이익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한중 간 외교 마찰이 표면화되자 국내 산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액은 전체 수출액의 26%인 1371억4000만달러(약 165조6000억원)로, 중국은 제1 교역국이다. 특히 전기전자, 자동차, 정유·석유화학, 화장품, 여행 등 사실상 전 업종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다. 중국이 경제 보복으로 문제를 확대할 경우 1차적 피해는 우리기업들이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중국은 지난 2000년 우리나라가 중국산 마늘의 관세율을 올리자 우리나라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의 수입을 중단하는 등 보복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마늘파동'의 대표적 피해업종이었던 전자업계 관계자는 "사드 배치가 최종 확정되지 않았고,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 여부도 아직은 가능성 단계이기 때문에 일단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선례가 있었던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전체 매출의 22.7%인 22조6758억원을 중국에서 올렸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정유·석유업계과 화장품의 경우 긴장감은 더욱 높다.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해 전체 수출물량 중 15%인 72338만배럴을 중국으로 수출했으며, 석유화학의 지난 10년간 중국 수출 비중은 전체의 45% 이상(지난해 10월 누적 144억달러 수준)이다. 화장품 역시 지난해 수출액 24억3936만달러 가운데 40.7%인 9억9287만달러를 중국에서 거둬들였다. 여행업계도 유커 비중이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40%를 차지할 만큼 급증한 터라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면세시장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
반면 자동차와 반도체의 경우 관세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한중간 불편해진 기류에서 한발짝 비켜나 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는 중국 현지에 대규모 생산라인이 있는 만큼 수출환경 변화에 부담이 덜하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우리나라에서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는 연간 자동차 수는 10만대 수준이며, 현지 생산량은 180만대 수준이다. 반도체 역시 현지에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는 동시에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른 무관세 확대 추세로 정부간 관세정책 등의 피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철강업계도 대중국 수출보다 수입이 많다.
그렇다고 모든 위협에서 벗어나 있지는 않다. 특히 중국정부의 도움을 기대해야 할 현지 사업장으로서는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반덤핑 규제와 같이 꼬투리 잡기로 국내 기업들을 압박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펼치는 경우에도 중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리스크 관리에 돌입하는 등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불편한 속내도 감추지 않고 있다.
남궁민관·박현준·조승희·이지은 기자 kunggi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