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IoT 스타트업에게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입력 : 2016-02-17 오전 6:00:00
모바일 혁명이 세상을 뒤흔든 이후 세상을 바꿀 차세대 ‘태풍’으로 근자에 회자되는 몇 가지 기술 트렌드가 있다. 자율 주행 자동차, IoT(사물인터넷), 인공지능, 핀테크, 드론 같은 것들인데 그중에서도 IoT는 유비쿼터스 시대의 적자로써 4G의 등장, 근거리통신의 발달,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해 그 미래 비전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이미 한국은 과거에 기술에서 한참 앞서나가던 일본을 추월한 경험이 있고 이전보다 경쟁 강도가 높긴 하지만 삼성, 현대 등은 여전히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기 때문에 IoT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또한 매우 높은 듯하다.
 
하지만 여기저기 IoT에 대한 비전과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에 비해서 IoT 스타트업들의 현실은 조악하기만 한 것 같다. 데모데이에서는 월간 스타트업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데, 최근 리스트업된 월간 스타트업 순위 200위를 둘러보면 조악한 IoT 스타트업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200개 업체 중에서 IoT 관련 스타트업은 아이피엘(4위), dot(62위), 직토(84위), AWAIR(101위)로 200위 중 4개(2%)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회사들이 투자 내용을 살펴보면, 4위의 아이피엘이 2015년 7월에 중국에서 220만 불 투자를 받았고, dot이 악셀러레이터에게 시드머니 정도를, 웨어러블인 직토가 작년 11월 말 기준으로 누적 20억 정도에 그치는 등 수십억, 수백억 투자 소식이 범람하는 인터넷 서비스 투자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금액들이다.
 
IoT 스타트업은 일반적인 인터넷 서비스 스타트업과는 다른 형태의 자본 소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뛰어난 컴퓨터 엔지니어 몇 명이 모여 서비스를 개발하고 서버를 운영하는 인터넷 서비스 스타트업들은 주로 주요 자금 소요가 인건비에 할당되어 있다. 때문에 자금이 부족한 경우에도 인건비를 유예하고 서버 운영비만 충당하는 형태로 서비스를 유지하고 사용자를 모아야 한다. 하지만 IoT 스타트업들은 SW 개발뿐만 아니라 제품 결과물을 '양산'하고 유통해야 하는 단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초기에 자본 투하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IoT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협소한 이유로는 플랫폼이나 서비스처럼 사용자를 지속적으로 lock-in 할 수 있는 요소가 적고, 초기 개발 비용 및 유통(재고) 비용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 무엇보다 제조업 강국인 중국이 값싼 생산비용과 비약적으로 발전한 기술력으로 초기의 성공을 쉽게 카피캣 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래서 VC들은 IoT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되고, 투자가 적으니 IoT 스타트업 창업도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진듯하다.
 
미국은 '굴뚝' 제조업의 많은 부분을 중국으로 이양했지만 최근 들어 '스마트' 제조업을 중심으로 재건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를 통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테슬라로 촉발된 전기자동차의 바람도 모두 미국에서 불고 있다. 제조업에 대한 글로벌의 시선이 변하는 와중에 중국이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또 재고 비용과 같은 리스크가 있다고 단순히 외면해서는 안될 일이다.
 
단언컨대 인터넷 서비스가 해외로 성공적으로 수출된 케이스는 지난 20년 인터넷 역사 동안 네이버의 '라인' 정도에 머물고 있고, 그러한 서비스 수출은 십수 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성공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반면에 '제품'으로서 하드웨어는 내수가 작고, 연속적인 소비 소구력이 약한 대신에 해외로 수출하기가 용이하다. 또 이미 우리나라에선 수천, 수만 개의 업체가 수출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쌓아온 노하우가 있다. 만약 우리가 일본의 제조를 따라가지 못 할 것으로 선입견을 가지고 내수형 서비스로만 지향했다면 지금의 삼성과 LG는 존재하지도 못 했을 것이다.
 
글로벌이라는 관점에서 시장의 크기와 성공 가능성은 서비스보다는 제조업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IoT 스타트업에 정부 및 투자자들의 따뜻한 시선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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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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