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헤지펀드 '퍼즐 완성'…메자닌 채워 2년차 승부수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장기적으로 1조원 담겠다"

입력 : 2016-02-18 오전 6:00:00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 5년차. 신규 헤지펀드 설립이 잇따르며 '헤지펀드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사모펀드 활성화 의지를 드러낸 금융당국이 헤지펀드 시장 확대를 유도하고 있는데다 실제 투자자들의 헤지펀드 투자수요가 대거 몰리면서다. 올해는 두 배 넘는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3조원 수준의 헤지펀드 설정액이 내년 7조원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 판 커진 시장 속 각오는 필사적이다. 격화된 경쟁구도 속 운용사 사령탑들의 지략대결로 시장의 관심이 모아진다.
 
라임자산운용이 '완성형' 헤지펀드를 위한 전략 재설계 수순에 들어간다. 변동성 축소를 위한 멀티전략 중 마지막 퍼즐을 맞추면서다. 차별화된 멀티전략형 헤지펀드를 승부수로 삼고 헤지펀드 운용사 전환 2년차를 돌파한다는 의도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내달 초 2명의 메자닌 전문인력 영입을 통해 보다 안정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민이 컸던 시장 변동성은 줄일 수 있게 됐고 메자닌 투자가 가미돼 가장 큰 숙제인 수익 조합을 추가로 꾀하겠다는 것이다.
 
라임자산운용 헤지펀드의 핵심은 변동성 축소. 전략 다양화는 필수다. 주식롱숏 30%에 퀀트 전략(20%)을 가미해 일시적인 시장 불균형 국면을 기회로 활용한다. 이벤트 드리븐(10%) 전략을 통해 특정 이벤트 발생시 초과수익을 얻고 상장지수펀드(ETF)에 10% 비중을 둔다. 메자닌은 비워둔 나머지 30%다.
 
"메자닌은 헤지펀드 설계 당시부터 염두에 뒀던 겁니다. 유능한 전문인력인 만큼 영입하기까지 시일은 소요됐지만 '잘 하는' 직원이 와서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메자닌은 건물 1층과 2층 사이의 라운지 공간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로 주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을 활용한다. CB와 BW, EB가 주식과 채권 사이에 존재하는 혼합형 금융상품이라는 점을 빗댄 것이다. 채권투자로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추구하다가 주가가 오르면 주식전환 권리를 행사해 추가 수익을 올리면서 주식 직접 투자 리스크는 피하는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금융상품이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내달 초 2명의 메자닌 전문인력 영입을 통해 보다 안정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라임자산운용
 
"라임운용 헤지펀드 변동성, 시장 대비 3분의 1"
 
"전략 다양화는 전략 간 상관관계를 줄이고 이는 곧 변동성 축소로 이어집니다. 멀티전략을 쓰는 것도 그런 이윱니다. 서로 다른 다양한 변수로 구성된 전략이 변동성 관리를 상당히 양호하게 관리한다는 사실은 과거 10년 모델링 작업을 통해 얻은 성과죠."
 
10년 모델링 작업은 이종필 헤지펀드 그룹장 작품이라고 원 대표는 설명했다. 지난해 말 라임자산운용에 합류한 이 그룹장은 HSBC증권에서 퀀트 애널리스트로 활동, 국내 퀀트분석 최고수로 꼽히는 인물이다.
 
동전 던지기, 주사위 던지기와 같은 독립시행 확률문제를 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주사위 1개를 던졌을 때와 3개를 던졌을 때의 기대값은 각각 3.5로 동일하지만 표준편차는 각각 1.71, 0.99, 연간변동성(250일)은 각각 27.00, 15.59 정도다. 경우의 수가 크면 클수록 표준편차와 변동성은 대폭 줄어든다는 얘기다.
 
공들인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만족스럽다고 평했다. 시장변동성의 3분의 1 수준으로 기대이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한 달 라임자산운용 헤지펀드 변동성은 연환산 5~6% 정도로 같은 기간 시장평균 16% 대비 훨씬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라임자산운용이 1호 헤지펀드로 출시한 '라임 가이아'는 현재 설정액 510억원을 기록 중이다. 개인투자자 대상 헤지펀드인 '라임 모히토'는 설정액 110억원으로 구성요건인 49인을 모두 채웠다. 두 펀드는 각각 16일 현재 2%, 7.5% 수익을 낸 상태다.
 
전작의 성공은 후속의 기대를 키웠다. 지난 11일 내놓은 헤지펀드 '라임 마티니'로는 출시 4거래일 만에 110억원이 유입됐다. 연초 국내 증시의 극심한 저평가 구간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내며 자금몰이를 주도한 결과다.
 
"매일 꾸준한 절대수익, 1조원은 최대 캐파"
 
'1.01의 365승은 37.8, 0.99의 365승은 0.026.'
 
원 대표는 최근 눈길을 끄는 재미난 수식이 있다며 소개했다.
 
"전날보다 매일 1%씩 벌어 1년 365일을 지속하면 1은 곧 38이 됩니다. 한편 전날보다 매일 1% 절하된 상태로 같은 기간을 지속하면 2.6% 남기고 깡통이 되는 셈입니다.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 속에서 절대수익을 추구하고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가르침이죠."
 
원 대표는 궁극적으로 1조원을 운용가능한 최대 캐파로 보고 있다. 국내시장 규모를 감안한 것으로 펀더멘탈 롱숏 비중은 50%로 둘 생각이라고 했다. "조금씩 벌어나가고 잃지 않으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라임자산운용이 추구하는 헤지펀드도 꾸준함 속에 절대수익을 얻어가는 겁니다."
 
라임자산운용의 투자철학은 합리적 상상력(Imagination Rationality)이다. '과연 금융시장은 합리성이 지배하는 곳일까. 금융시장은 감성과 상상력에 의해 상당부분 움직이지만 합리성으로 잘 포장된 곳은 아닐까'라는 물음의 답이라고 원 대표는 말했다.
 
"글로벌 관점에서 향후 유망한 산업과 동향의 변화, 한국의 유망 산업과 기업을 전망하고 예측하는데 필수요건이 바로 합리성과 상상력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회사는 합리적 상상력을 고객의 수익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을 돕는 것이죠."
 
한번의 분석과 한번의 상상을 바로 운용으로 옮기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전문성을 가진 담당자와 다양성을 가진 직원들이 함께 얘기를 나누며 세밀하게 통찰하고 운용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설명이다. "여의도의 LIME은 Legendary, Investment, Managers, Entity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개개인의 구성원간의 아이디어와 노력들이 모여서 전설을 써 나아갈 수 있는 조직입니다"라고 소개한 이종필 그룹장의 메시지가 되새겨진다.
 
"올해는 베팅 가능한 대형주 탐색에 집중"
 
올해 기회요인은 방위산업, 전기차, 모바일결제, 홀딩스 등이다. 특히 올해는 바닥에서 30~40% 오를 대형주를 찾는 것을 미션으로 뒀다. 예컨대 포스코(005490)가 6년째 빠진 지금 주가는 5분의 1토막이고 PBR은 0.3배까지 빠졌지만 바닥, 턴어라운드 시그널이 나와 0.4배가 되면 주가는 30% 오른다는 얘기다.
 
"대형주는 포트폴리오 비중을 의미있게 늘릴 수 있습니다. 반면 변동성 큰 중소형주는 아무리 좋아보여도 1~2% 이상 가져가기 부담스럽죠. 올해는 베팅할 수 있는 대형주를 찾는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역발상이죠. 많이 오른 종목 중에서는 악재요인을 먼저 캐치해 차익실현 가능성을 찾고 많이 빠진 종목은 돌아설 요인을 찾는 겁니다."
 
고민할 것은 심리적인 부분이다. "시장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작년 하반기 어려웠던 이유도 상반기 쏠렸던 이유에서 비롯됐죠. 주식 롱숏 플레이하는 사람은 항상 시장의 심리적인 부분까지 고민해야 합니다."
 
라임자산운용의 임직원은 총 24명이다. 내달 초 합류할 2명의 메자닌 전문인력을 포함해서다. 창업 초기부터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대형사 못지 않은 조직을 구성한 것이다.
 
이들의 평균나이는 대략 35세로 젊다. 원 대표는 젊은 조직이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는다.
 
"수평적인 관계를 추구합니다. 의사결정도 빠른 편이죠. 회사 이익의 절반은 직원 인센티브로 씁니다. 그중 3분의 1은 대표 몫이고요. 사실 여의도 운용업계라는 곳이 돈을 보고 보이는 곳인데 성과에 대한 보상이 적절치 않으면 있을 이유가 없죠. 투명한 인센티브는 고무적인 성과를 이끈 배경이기도 합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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