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한방병원 원장이 SCI(과학기술논문색인) 국제학술지에 소아간질 질환의 한방 치료 효과에 대한 논문 등재를 준비하고 있어 화제다. 논문 저자인 김문주 아이토마토한방병원 원장은 20여년 동안 의료 일선에서 활발한 의술을 펼쳐오고 있다. 환자 치료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그가 논문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한의학의 과학화에 작은 보탬이 되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한방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 확보와 시장 선점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만 해도 임상 연구를 통해 과학적인 검증체계 구축에 힘쓰고 있죠. 물론 국내에서도 한의학의 과학화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한의학이 발전하려면 연구가 활성화돼야 하고 현대의학과 융합된 방식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제가 할 수 있을 걸 해보자는 생각에서 논문을 쓰게 됐죠."
그는 이미 국내외에 한방의 치료 효과에 대한 논문 2개를 발표하기도 했다. 각 2년 이상이 걸려 작성한 논문이다. 2010년에는 '간질분류법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라는 논문을 대한예방한의학회지에, 2015년에는 '결정성경화증으로 인한 난치성 간질을 치료한 사례보고'라는 영문 논문을 발표했다.
김 원장은 소아 뇌신경 난치성 질환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한방의다. 소아간질, 발달장애, 열성경련, ADHD 증후군, 자폐증 등 뇌신경 질환의 한방 치료가 주력하는 분야다. 특히 소아간질에서 의미 있는 효과가 나타나 데이터화를 결심했고, 내친김에 논문 작성까지 이어졌다는 게 김 원장의 말이다. 동네 한의원을 운영하던 그가 한방병원을 만든 것도 논문 때문이다. 대학병원 소속이 아니다보니 논문을 투고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원인불명 소아간질 환자의 상당수는 뇌의 순환장애나 영양장애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한방치료는 뇌에 고강도의 영양공급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양방 치료에서도 간질 억제에 비타민B 성분의 피리독신을 보조제로 사용하고 있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이번에 준비하고 있는 논문이 이같은 내용이다. 소아간질의 환아를 한약으로 호전시킨 50여사례에 대한 연구다. 한방 치료 한달만에 50% 이상 경련이 소실된 케이스가 70%가 넘는다는 게 요점이다.
"간질은 항경련제를 보통 사용하는데요, 소아 환자에게는 항경련제 사용에 문제가 있습니다. 성인간질에서 효과가 잘 나타나는 항경련제가 신생아나 영아기 간질 환자에게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20~30여종의 항경련제 중에선 신경독성 부작용으로 인해 발달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소아간질 치료에 항경련제를 투여할지 심각한 딜레마에 빠지게 되죠. 양방 치료의 효과를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심한 소아간질 환자에게는 경련 억제가 시급하기 때문에 신경독성이 적은 항경련제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경증의 경우에는 항경련제 없이 한방 치료만 하고 있습니다."
투고한 논문은 SCI급 미국학술지에서 최종 심사를 통과하고 발표 직전인 상태다. 그는 한방 치료에 대한 또다른 논문을 준비 중이다. 이번엔 자폐증의 한방 치료 효과에 대한 논문이다. 데이터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단계다.
야심차게 논문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뜻밖의 시련이 찾아왔다. 최근 소두증 질환을 한방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식으로 공포마케팅을 했다고 언론에 집중포화를 당한 것이다.
"일부 언론이 병원 홈페이지에 글을 소두증 자체를 치료한다고 오해한 것이죠. 해당 글은 지카 바이러스로 인한 소두증이 이슈가 되기 이전인 2015년 11월에 작성된 것입니다. 소두증 자체 치료가 아니라 소두증 등 뇌신경 난치성 질환에서 비롯된 인지개선을 한방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양심을 저버린 병원으로 호도한 언론사를 대상으로 정정보도 요청 및 명예훼손과 손해배상청구 등으로 강력대응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의학이 발전하기 위해선 한의학계가 스스로 노력해야 할 뿐더러 국가적인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의학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정부가 좀더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한의학계에서도 근거 중심의 과학화와 표준화에 매진해야 합니다. 저도 작게나마 한의학의 저변 확대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진제공=아이토마토한방병원)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