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50여일 앞둔 정의당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저조한 정당지지율이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야권 분열에 따른 후보난립이 현실화되면 지역구에 출마한 간판급 인사들의 당선가능성도 확신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22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2월 셋째 주(15~19일) 주간집계에서 정의당 정당지지도는 지난 주 대비 2.2%포인트 하락한 3.5%를 기록했다. 사흘 전인 19일 한국갤럽 발표에서는 당 지지도가 2%까지 추락했다. 심상정 대표 등 새 지도부 취임 효과로 지난해 7월 기록한 지지도 7%에 비하면 반토막이 난 것이다. 이대로라면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정당득표율(3%)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대북 강경 대응을 촉구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연설로 안보정국이 심화되면서 생긴 진보층 일부의 안보 보수화 현상과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 양당 중심 지지층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안보 이슈가 계속될 것이고, 새누리와 더민주, 국민의당의 총선 준비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지지율 반등을 위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인지도를 갖춘 지역구 후보들의 고전도 예상된다. 심상정 대표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 덕양갑에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심 대표에게 170표 차이로 진 새누리당 손범규 전 의원이 재도전에 나선다. 더민주에서 박준 지역위원장, 국민의당의 이균철 전 한국통상정보학회 이사 등이 예비후보에 등록해둔 상황에서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쉽지 않은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심 대표는 최근 출연한 인터넷방송에서 “도농복합지역인데다 어르신 비중이 전국 3위인 곳”이라며 “이곳이야말로 정의당으로써는 최대 험지”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의당의 또다른 간판인 노회찬 전 의원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경남 창원 성산에 출마선언을 한 그는 지난 20일 발표된 진보 단일후보 투표에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 후보였던 무소속 손석형 후보를 꺾었다. 그러나 더민주 소속 허성무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가 완주 의지를 내비치고 있으며 국민의당에서도 후보를 낼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 지역 현역인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도 예비후보 등록을 한 상황에서 노 전 의원은 '야권 분열은 필패'라며 단일화 필요성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서울 은평을 출마를 선언한 김제남 의원, 경기 안양동안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정진후 원내대표 등의 당선 여부도 미지수인 상황에서 결국 정의당이 야권연대 중재자로 적극 나서는 것으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던 심 대표는 지난 17일 “각 정당이 정책과 후보를 발표하는 단계로, 공약이 발표되는 대로 관련 협의를 시작할 수 있도록 점검할 생각”이라며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3월 초가 되어야 실질적인 논의가 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김종인 대표는 22일 정의당과의 전략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생각을 해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당까지 포괄한 연대 여부는 아직은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21일 ‘당 내에서 더민주와의 연대 목소리가 나온다’는 질문에 “들은 바 없다”며 일축한 바 있다. 안 대표는 야권연대에 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도 국민의당과의 연대에 대해 “야권연대를 할 거면 처음부터 깨고 나가지 말았어야 한다. 나간 사람이 연대 이야기하면 되겠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와 별개로 정의당은 예비내각 구성과 당의 경제기조인 ‘정의로운 경제론’ 발표 등으로 인지도 향상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2일에는 국회의원 세비와 고위공직자 보수에 최저임금을 연동시키고, 주식·부동산 등 고액 편법 상속·증여에 대한 세금부과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의 5대 기득권 해체’ 공약을 발표했다. 나경채 공동대표는 “기득권 해체를 통해 불평등 해소를 가로막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22일 국회 로텐더홀 농성장에서 열린 상무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