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3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를 논의할 한·미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을 발표 한 시간을 앞두고 돌연 연기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미국 방문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당초 오늘 체결할 예정이었던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을 1∼2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변인은 “협의를 진행 중인 실무자 차원에서 마지막 조율을 위해 1~2일 미뤄야 한다는 통보가 와서 미루게 됐다”며 “어느 일방이 요구한 것이 아닌 한·미가 공동으로 판단해 미루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 조율’ 내용에 대해 “확인 중에 있다”며 말을 아꼈다. ‘발표 직전까지 조율이 안 된 것이면 중요한 사안 아니냐’는 질문에는 “한·미 간 어떤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전날 ‘약정 체결을 23일 오전 11시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한 국방부가 당일 발표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갑자기 ‘마지막 조율이 안됐다’며 발표를 연기한 것이다.
그러자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미국 존 케리 국무장관이 미 워싱턴에서 갖는 회담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왕 부장은 23일(현지시간) 케리 장관의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내용을 논의한다.
그 과정에서 사드 배치를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사드에 반대하고 있어, 미국이 사드 배치를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기 위해 일단 발표를 연기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중 회담 결과는 23일 오후 4시(한국시간 24일 오전 6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된다.
그러나 문 대변인은 “유엔 차원에서 이뤄지는 대북제재와 한·미동맹 차원에서 이뤄지는 사드 배치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의 사드 배치 철회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주한미군 측에서 먼저 배치를 하겠다고 요청한 사항”이라면서 “스스로 철회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이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