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예쑤이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은 16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해 “중국 측은 (한국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장 부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과 ‘제7차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관련 측이 신중하게 행동하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관련 측’은 사드 배치 공식 협의를 시작한 한국과 미국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장 부부장은 “지금의 한·중관계, 한반도 정세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솔직하고 건설적 대화를 나눴다”면서 “중국 측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 평화를 수호하려는 결심이 확고부동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새롭고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에 찬성한다”면서도 “이와 동시에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한·미·일이 주도하고 있는 고강도의 대북 압박성 제재에는 부정적 의견을 나타낸 것이다.
임성남 차관은 장 부부장이 외교부 청사를 떠난 뒤 기자들과 만나 “(사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면서도 ‘중국 측이 구체적으로 어떤 우려를 밝혔느냐’는 질문에는 “협의 내용에 대해 상세히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양측은 ▲한·중관계 ▲한반도 정세 ▲지역 및 국제문제 등 양국 간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양측은 금번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아픈 대가를 치르도록 하기 위해 강력하고 실효적인 안보리 결의를 조속히 채택해야 한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 유엔을 포함한 여러 채널을 통해 긴밀한 협의를 가속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외교부는 “임 차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측이 취한 다양한 조치들을 설명했으며, 장 부부장은 중국의 이익과 관심에 대한 존중을 요청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양측은 전략적 소통을 한층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번 전략대화에서 양국은 사드 배치 문제에 있어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제재도 그 필요성 자체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지만, 제재의 수위를 두고는 강경한 한국과 온건한 중국의 입장차가 끝내 좁혀지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전략대화는 지난 2013년 6월 중국 베이징에서 제6차 전략대화를 가진 후 약 2년8개월 만에 성사됐다. 장 부부장은 전략대화를 마친 후 한국 측 대표단과 오찬을 가졌고, 이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나 북핵 문제에 대한 양국의 의견을 교환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오른쪽)과 장예쑤이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7차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