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도시에 작은 숲을 만들겠습니다"

박병찬 그린스테이션 대표

입력 : 2016-02-25 오후 1:42:36
그린스테이션은 벽면녹화장치를 설치해 도심 곳곳에 식물을 볼 수 있도록 하며, 포트 단위로 생산되는 새싹인삼 식물 공장을 활용한 농업 6차 산업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기업이다. 2012년 서울시 주관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됐고, 현재는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기 위해 단계를 밟고 있다. 특이한 사업 이력 덕에 친환경 분야에서 명성을 쌓으면서 친환경 사회적 기업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LG 소셜펀드 지원업체로도 선정됐다. 2014년에는 파주에 식물 공장을 준공했고, 현재는 서울 구로구와 양천구으로 터를 옮겨 식물공장을 운영 중이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새싹인삼이라는 사업 영역을 확고히 하며 새싹인삼에 카네이션을 꽂은 '카네이삼' 제품으로 소비자와 접점도 넓히고 있다. '농업은 벤처다'라는 구호 아래 관행 농업에서 진화한 새로운 개념의 도시농업 활성화를 전개하고 있는 박병찬 그린스테이션 대표를 만나봤다. 
 
지금의 도시는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먹거리의 안정성 문제, 쓰레기 증가 등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도심지일수록 빽빽하게 들어서 빌딩으로 인해 녹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대기 오염의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그린스테이션은 이러한 도시를 녹색빛으로 바꿔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
 
그린스테이션의 사업 분야는 크게 두 가지다.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상자에 흙을 담아 식물을 재배하는 도시농업의 전통적 방식에서 탈피해 수직으로 심어 벽면 조경을 만드는 '적층형 수경재배기 시스템'과 이를 통해 새싹 인삼을 파는 '인삼 판매' 등이다. 
 
박병찬 그린스테이션 대표는 "실내 좁은 공간에서 식물이 자라는 것은 진귀한 광경이 아닐까 싶다"면서 "별다른 부지 확보 없이 실내의 버려지는 공간을 활용해 작은 숲을 가꿀 수 있는 기술력을 통해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농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박병찬 그린스테이션 대표. 사진/그린스테이션 
 
아날로그와 기술력을 더해 적층형 수경재배 시스템 개발 
 
수경재배는 식물의 뿌리를 물과 비료로 이루어진 용액에 담가 키우는 방식이다. 대게 비료 용액을 정기적으로 펌프로 흘려보내 적은 노동력으로 다양한 종류의 채소와 화초를 재배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단 설치비용이 많이 들고 용액의 상태를 자주 점검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박 대표는 이런 수경재배 시스템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전환했다. 펌프를 없애 단가를 30% 가까이 낮춘 것이다. 대신 일정 부분 물이 넘치지 못하게 하는 등 기술을 구현해 적은 노동력으로도 관리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었다. 또 적층형 구조로 개발해 좁은 공간에서도 많은 식물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등록특허 9건, 출원특허 6건 등 특허 출원을 통해 웬만한 식물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라도 자라날 수 있도록 구조를 개발한 것이다.
 
박 대표는 "사람이 물만 부어주면 되는 것인데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해 가격이 높아지는 것이 아쉬운 대목"이었다며 "자동화 펌프만 없앴을 뿐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것을 구조적으로 만들어 누구나 쉽게 식물을 기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적층형 구조로 만들어 좁은 공간에서도 수경재배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통 식물공장 100평을 수경재배 시스템으로 구비 하려면 7억~8억원 정도 들어가지만, 난방과 습도 조절이 필요 없는 지하실에 이 시스템을 설치하면 2억원 미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벽면에 수경재배 시스템을 설치하기 때문에 신체적 제약 없이 보다 쉽게 식물 재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박 대표는 양천구에 신월동에 위치한 한 다세대 주택 지하에서 소규모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하에서 식물을 키우다 보니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고 4계절 내내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점도 특징적이다. 
 
박 대표는 "구로구에도 농장이 있지만 1년 중 3개월은 추워서 작업을 할 수 없는 제약이 있었다"며 공간과 계절의 제약을 받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식물 재배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을 강점으로 꼽았다.
 
양천구 신월동 다세대주택 지하에 자리한 적층형 수경재배 시스템. 사진/그린스테이션
 
새싹 인삼 재배로 매출에 '날개'
 
박 대표는 적층형 수경재배 시스템을 활용해 식물을 재배하고자 하는 기업·관공서에 렌탈비를 받고 렌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월 렌탈비를 지불하면 수경재배 시스템에 탑재된 식물을 유지 관리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더 나아가 이 시스템을 활용해 새싹 인삼을 재배해 판매하고 있다. 박 대표는 "수경재배 시스템 안에서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식물이 무엇일지 몇 년 동안 실험해본 결과 햇빛 없는 실내에서 가장 잘 자라는 인삼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새싹 인삼의 판매처는 주로 요식업계다. 음식에 인삼을 활용하고자 하는 음식점이나 전시효과를 누리고자 하는 카페에 시설을 소규모로 무료로 대여해 주고 인삼 판매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인삼 화분 판매사업은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년 만에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입소문을 타고 영업망이 늘어나고 있어 올해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박 대표는 기대했다.
 
인삼 판매에서 나아가 식물을 다양화하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현재 명월초 등 약용식물과 로즈마리·애플 민트 등 허브류 제품을 소규모로 재배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인삼 판매를 통해 매출이 고정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B2B 판매뿐 아니라 B2C로 판로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실험 조건에서 다양한 식물을 재배를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돌고 돌아 '녹색사업'
 
현재 적층형 수경재배 시스템을 통한 렌털 사업 영위, 이 시스템으로 인삼 재배를 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사업 초기부터 탄탄대로를 걸은 것은 아니었다.
 
박 대표는 도심 녹화를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다. 맨 처음 타깃은 도로와 옹벽에 식물을 심겠다는 의지로 달려들었다. 이때 도심의 방음벽이나 담장에 담쟁이덩굴 등을 심은 '녹색토담'을 선보였다. 하지만 콘크리트 시스템 구축 등 대규모 자본이 요구되다 보니 사업적으로 연결 짓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후 이를 소규모로 만들어 대중화를 해야겠다는 목표로 지하철 녹화사업을 진행했지만 이 역시 구매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사업 아이템에는 호의적이었지만 제품 판매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박 대표는 지하철 녹화사업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농작물을 심은 경험을 토대로 사업 아이템을 보다 현실적으로 구현했다. 수경재배기 개발과 함께 지하철이라는 한정적인 공간보다는 다양한 판로 개척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박 대표는 "사회 곳곳을 녹색으로 만들자는 일념으로 달려왔다"며 "이를 도시 농업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 서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B2C 시장에서 인정 받을 것"
 
박 대표는 올해 B2C 판매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매출을 지난해 대비 3배 높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우선 지난해 처음 선보인 '카네이삼'을 상반기 전략 제품으로 내세운다는 방침이다. 카네이삼은 수경재배를 통해 만든 새싹 인삼 화분에 카네이션을 꽂아 만든 제품이다. 지난해 5월 가정의 달에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올해 시내 곳곳에 제품을 뿌려 더 많은 판매고를 올리는 것이 목표다. 배달 시스템을 도입해 보다 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그린스테이션의 카네이삼 제품. 사진/그린스테이션
 
더불어 다음달 중순에는 온라인몰도 열 계획이다. 요식업계를 중심으로 판매하던 새싹 인삼 화분을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기 위함이다. 적층형 수경재배 시스템을 통해 손쉽게 기를 수 있어 일반 소비자 대상 판매도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다양한 소비자의 구미를 맞추기 위해 식물을 다양하게 늘리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박 대표는 "B2C 시장에서 살아남는 자가 진정한 승자라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도록 기술 개발과 제품의 상품화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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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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