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핵심지지층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의 마무리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야권 통합'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김종인 대표는 2일 비대위 회의 모두발언에서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라는 국민 여망에 부응하고 총선 승리를 거두기 위해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야권에 다시 한 번 통합에 동참하자는 제의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없다”며 “더민주를 탈당한 분들은 (문재인 전 대표 체제) 당시 지도부 문제를 걸었기에 이제 그 명분은 다 사라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야권의 통합이나 연대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일관되게 보여왔던 김 대표가 통합을 제안한 것은 필리버스터 중단으로 인한 지지층의 비판을 뚫고 국면을 전환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 제안의 대상으로 보이는 국민의당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안철수 공동대표는 통합 제안 소식에 "당내 정리부터 먼저 하시라"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천정배 대표와 김한길 선대위원장은 "발언 진의를 확인해보겠다"며 공식 반응을 유보했다.
정의당은 김 대표의 제안이 국민의당을 향한 것이라는 당내 의견에 따라 준비한 논평을 취소했다. 한창민 대변인은 "관련 내용은 내일 회의에서 심상정 대표의 모두발언으로 언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또 하나의 승부수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부각하는 것이다. 그는 이날 “양극화가 이야기된지 10년이 지났지만 격차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며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김 대표는 필리버스터 정국에도 연일 경제 문제에 초점을 맞춰왔다.
전략공천을 통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려는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의 광주 서을에 전략공천한 더민주는 2일 전현희 전 의원과 서형수 전 한겨레신문 사장, 유영민 전 포스코 경영연구소 사장을 각각 서울 강남을·경남 양산을·부산 해운대갑에 공천한다고 발표했다.
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된 광주 북갑 현역의원인 강기정 의원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백의종군 하겠다’며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 것도 당의 본류인 호남에서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광주 동남을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었던 오기형 변호사의 기자회견이 당의 요청으로 취소되자 오 변호사도 전략공천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운데)가 2일 국회에서 전현희 전 의원(오른쪽 두번째), 유영민 전 포스코 경영연구소 사장(왼쪽 두번째), 서형수 전 한겨레신문 사장(오른쪽 첫번째) 등 전략공천지역 후보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