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본)=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스마트그리드 산업을 지원하는 정부 기조가 유지된다면 배터리 가격 하락과 맞물리면서 2~3년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날 걸로 봅니다."
3일 일본 최대 신재생에너지 전시회 '월드스마트에너지위크(WSEW)'가 열리고 있는 도쿄 빅사이트(Big Sight)에서 구자균 LS산전 회장을 만났다. 해마다 전시회를 찾아 일본 열도 공략에 매진하고 있는 그의 최대 무기이자 자신감은 '스마트그리드'다.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를 7년째 이끌 정도로 해당분야에 푹 빠져있다.
구 회장은 "전력 신산업은 LS산전뿐만 아니라 ICT(정보통신기술)가 강점인 대한민국의 새로운 먹거리"라며 "최근 정부도 에너지 시장에 굉장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7년여 간의 노력이 이제 꽃을 피우는 분위기"라고 한껏 기대감을 드러냈다.
LS산전은 그동안 전력 자동화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왔다. 국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2014년부터 실적도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2조2017억원, 영업이익은 1544억원 수준이었다. 다소 보수적인 성격의 기기 제조업을 하는 LS산전이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사실 큰 도전이었다.
이에 대해 구 회장은 "비즈니스 생태계의 가장 하단에 있는 제조업체로만 머물러 있다가는 발전이 없겠다 싶어 아예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며 "부동산 임대부터 시공·부품업체까지 모두 직접 선택할 수 있고 파트너 중소업체들도 같이 해외에 진출하는 기회가 돼 동반성장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거래소와 함께 한국의 에너지관리시스템(KEMS)을 구축했던 경험을 살려 공장형(FEMS)과 빌딩형(BEMS), 가정형(HEMS) 등 작은 단위에 적용시킨 '마이크로 EMS'을 통해 전력의 발전과 소비를 매칭, 가장 최적화된 효율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했다.
구 회장은 "아직 선두업체에 비해 제품 커버리지는 적지만 개발된 제품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일본 등 이미 시장이 개방된 곳에서 경험을 쌓은 뒤 이제 시작 단계인 국내와 해외에서도 점차 적용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경제 제제가 풀린 이란도 LS산전의 레이더에 들어와 있다. 제제가 풀리기 이전에도 꾸준히 이란과 거래를 해온 LS산전은 600볼트 미만의 저압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올라있다. 이를 기반으로 초고압시장 공략도 가속화한다.
무엇보다 마이크로그리드 솔루션이 적용된 '에너지 자립섬' 모델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독립된 전력계통 운영이 필요한 곳에 적용해 사용현황을 실시간을 파악하고 지역 전체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구 회장은 "SI 업체, 통신 업체들도 적극 나서고 있어 지금 스마트그리드 시장은 춘추전국시대와 다름없다"며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많고 전력시장이 개방된 일본을 발판으로 ABB(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전력·자동화기술 기업) 같은 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한편 LS산전은 이번 전시회에 한국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인 215㎡(24부스)의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스마트 발전 솔루션 ▲스마트 송·배전 솔루션 ▲스마트 에너지 최적관리 솔루션 존(Zone) 등 축적된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구자균 LS산전 회장(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장) 사진/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도쿄(일본)=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