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 먼저 맞자' 한국 빅리거는 적응 중

박병호-김현수, 시범경기 데뷔전 부진 '적응 과정'

입력 : 2016-03-03 오전 11:35:59
[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올 시즌 처음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린 한국 선수들이 나란히 시범경기에 나서며 미국 무대 신고식을 치렀다. 결과는 대체로 신통치 않지만 벌써부터 기죽을 필요는 없다. 아직은 연습 단계이고 정규 시즌을 위한 준비 과정에 불과하다.
 
올해 예비 빅리거 가운데 기대를 모으는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는 3일(한국시간) 플로리다 주 포트마이어스 제트블루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시범경기에 6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장해 3타수 무안타 3삼진을 기록했다. 박병호는 파울 한 개를 제외하고 공을 제대로 때리지 못하며 미국에서의 혹독한 첫 경기를 경험했다.
 
지난해 국내 KBO 리그에서 무려 146타점을 쓸어담은 박병호지만 이날은 무기력했다. 세 타석 모두 주자가 들어선 상황에서 타격에 임했지만 아직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이 낯설게 느껴지는 듯했다. 1회초 첫 타석부터 2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으나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3회 2사 1, 2루와 5회 1사 1루 상황에서도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국내에서 '타격 기계'로 불린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도 침묵했다. 데뷔전이었던 2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김현수는 3일 열린 애틀랜타와 두 번째 경기에서도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며 기대했던 안타를 터뜨리지 못했다. 두 차례나 초구 승부를 감행한 김현수는 3루수 땅볼, 우익수 뜬공, 1루수 땅볼로 경기를 마쳤다.
 
투수인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유일하게 힘을 냈다. 오승환은 3일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과 연습경기에서 3회 등판해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3명의 타자를 상대한 오승환은 3루수 땅볼, 중견수 뜬공으로 상대 타자를 잡은 뒤 마지막 타자를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프로가 아닌 대학팀을 상대한 만큼 큰 의미를 둘 순 없다.
 
'빅보이'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는 아직 비자를 받지 못해 3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시범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조만간 비자 인터뷰를 위해 캐나다로 향할 예정인 이대호는 하루 빨리 비자를 받아야 시범경기에 한 차례라도 더 나설 수 있다. 빅리그 입성을 위해 마이너리그 계약을 마다하지 않았기에 더 절박한 심정이다.
 
박병호, 김현수, 오승환, 이대호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새롭게 도전장을 던졌다. 기존의 류현진(LA 다저스)과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현재 부상 회복에 전념하며 팀 전력에서 빠져 있는 만큼 넷의 어깨가 무겁다. 팬들도 국내와 일본을 접수하고 미국에 뛰어든 이들의 활약을 주목하고 있다.
 
이날 오승환을 제외하고 성과가 없었지만, 아직 출발에 불과하다. 팀당 30경기 넘게 치르는 시범경기는 정규 시즌에 대비하기 위한 연습 개념이고 당장의 성적보단 실전 감각을 익히기 위한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간 전혀 다른 리그에서 뛰어온 넷이기에 이번 시범경기에서 부족한 점을 찾아 메우고 본 경기인 정규 시즌을 준비하면 된다.
 
자고로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했다. 피 말리는 경쟁이 벌어지는 정규 시즌보다 지금 문제를 보이는 편이 더 낫다. 물론 계속된 부진은 정규 시즌 엔트리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적응력을 발휘할 필요는 있다. 전혀 다른 환경이라곤 하지만 야구 자체는 어디든 똑같다. 그간 말로만 들었던 낯선 생활 환경과 구장 분위기, 상대 투수 등 여러 악조건을 몸소 경험하고 있는 넷의 출발은 그래서 나쁘지 않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김현수가 2일 열린 애틀랜타와 첫 시범경기에서 자신의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볼티모어 오리올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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