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3일 “정부는 북한 정권이 무모한 핵개발을 포기하고, 북녘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폭정’을 중지하도록 전 세계와 협력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우리나라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엄중한 안보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쓴 "폭정"이란 표현은 지난 2005년 1월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 국무장관이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규정한 말을 연상케 한다. 북한은 바로 그 다음 달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며 미국에 반발한 바 있다.
3·1절 기념사에서 “정부는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박 대통령이 불과 이틀 만에 ‘폭정’이라는 단어를 써가면서 대북 비난 수위를 높인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역대 최고 수준의 고강도 대북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데 따른 박 대통령의 외교적 자신감의 표현이란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북제재 초안을 만드는 데 정부가 상당한 기여를 했다”면서 “(박 대통령의 결정에 따른) 개성공단 폐쇄가 상당히 긍정적인, 생산적인 기여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안보리 제재 채택 후에도 별도 메시지를 발표해 “안보리 결의안은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원하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메시지”라며 “정부는 국제사회와 긴밀한 연대를 계속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와 함께 ‘전방위 북한 압박’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의 기대만큼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제재 결의를 주도한 미국과 중국의 미묘한 움직임 때문이다. 미국은 ‘비핵화 우선’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반도 평화협정 문제에 대해 북한과 비공식 메시지를 교환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추진을 공식 제안한 중국은 제재 결의 이후 대화와 협상을 더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같은 기류는 지난달 23일 미·중 외교장관 회담 후 윤곽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한국과 미국의 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는 표류하는 분위기이다. 사드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예전에 비해 약해진 점 등을 볼 때 미·중이 대화 추진에 공감대를 이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고 조정하는 잠정적인 국면이라고 평가한다.
그런 마당에 박 대통령이 '폭정'이라는 초강경 대북 메시지를 발표하고, 오는 7일부터 '키 리졸브'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어 북한도 대비 태세를 갖춘다면 대화 분위기는 깨지고 한반도의 긴장은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3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6발을 기습 발사했다.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군 당국은 추가 도발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8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