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P2P대출 데이터·경험 쌓일때까지 버티는게 관건"

김준범 올리소셜펀딩 대표 "중금리 시장 급격히 과열되고 있다"
"대형금융사와 차별된 데이터기술과 정부지원 있어야"

입력 : 2016-03-07 오전 10:04:51
카이스트 응용수학과를 졸업한 김준범 올리소셜펀딩 대표는 대형 증권사를 그만두고 옐로금융그룹에 입사했다.
 
핀테크시장을 적극 공략중인 옐로금융에서 그가 선택한 분야는 P2P(Peer to Peer·개인 간)대출이다. 지난해 10월 올리소셜펀딩을 설립한 김준범 대표는 현재 20여명의 직원을 두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국대 대출 시장이 은행권과 대부업권으로 나뉜 상황에서 틈새시장인 10%대 중금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P2P대출은 중개업체가 돈을 빌리는 개인 또는 기업과 빌려주는 사람을 연결해준다. 돈을 빌린 사람이 낸 이자가 돈을 빌려준 사람의 투자 수익이 되는 구조다.
 
수익률은 연 6∼10%로 은행 예금이나 펀드 등의 수익률을 크게 웃돌면서 투자자들과 대출자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그는 몸집을 키우기 보다 정확한 데이터 산출을 통한 맞춤형 금융으로 국내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를 만나 국내 P2P시장 전망과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P2P대출 시장에 뛰어든 계기
 
◇김준범 올리소셜펀딩 대표
대학교 졸업후 데이터 분석 및 기계학습 분야의 IT업체에서 약 3년 6개월, 이후 증권사에서 약 2년 6개월 정도 일했다. 두 분야를 모두 경험한 후 이 둘을 접목한 새로운 산업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러던 중, 모바일 시대가 오면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의 행태가 나타났고,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하면 금융분야에 접목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옐로금융에서 영입제안이 와서 합류하게 됐다.
 
이후 추가적인 사업을 구상하던 중 P2P대출 시장을 알게 됐다. 기존 국내 금융시장의 경우 은행권을 이용하지 못하면 곧바로 저축은행과 대부업 등 높은 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모바일 기기로부터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더 낮은 금리로 대출 상품을 내놓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대출 분야에서는 예전부터 방대한 양의 금융거래데이터를 기반으로 심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셜데이터, 심리평가데이터, 모바일 행태 데이터 등 기존에 금융기관들이 사용하지 않던 데이터를 활용해 승인률은 높이고 부실률은 낮추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P2P대출 비즈니스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으로 대출자와 투자자가 분리돼 있는 은행과는 달리 투자자와 대출자의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이 상호작용은 주식거래플랫폼에서 매수자와 매도자가 활발히 주식을 사고팔면서 적정가격을 찾아가는 것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P2P대출 플랫폼을 이용하는 대출자와 투자자는 기존에 은행이 정해놓은 여수신금리가 아닌 시장에서 정해지는 적정한 금리로 돈을 빌리고, 투자할 수 있게 된다. P2P대출 플랫폼은 이런 활발한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습득, 분석해 적정 대출금리 산정, 대출/투자시장 동향 파악, 금융서비스 편의 향상 등을 꾀할 수 있다.
 
이후 올리소셜펀딩의 대표를 맡고 지난해 10월 출범을 하게 됐다.
 
우리나라 P2P대출 시장의 현황과 앞으로 시장공략은?
 
우리나라 P2P대출 시장은 소위 중금리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 시장은 작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거의 언급이 되지 않던 시장이었다. 은행, 카드론, 캐피탈, 저축은행, 대부업으로 이어지는 각 업권의 경계는 명확했으며 각자가 각자의 영역에서 큰 위협없이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은행과 카드론 사이에 커다란 갭이 있었고, 이 틈새를 본 몇몇 시작하는 업체들이 중금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여기에는 미국이나 유럽, 중국에서 이미 P2P대출 비즈니스가 매우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위안감도 한 몫 했다. 하지만 P2P대출 업체들이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기존 금융기관들의 중금리 시장 공세가 시작됐다. 은행(위비뱅크), 인터넷은행, 저축은행(사이다) 등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를 차등 지급하라는 당국의 권유,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34.9%→27.9%), 은행 및 저축은행을 통한 중금리 1조원 대출 공급 등 불과 몇 달 사이에 중금리 시장은 급격히 과열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금리 시장을 기존 금융기관들이 공략하지 않은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은행권 대출은 신용등급 3등급 이내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며 매우 엄격한 조건을 따진다. 그리고 이 조건에 맞는 사람들은 부실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은행권에서 대출이 거절 된 사람들 중에서 빌린 돈을 잘 갚을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매우 다양한 이유로 인해 부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대출을 실행하는 것은 금융기관 입장에서 운영비가 많이 들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기존 금융기관이 택한 방식은 대량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몇몇 사람들이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전체 대출 모집단의 부실율로 수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연체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출원가가 증가해 대출금리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P2P대출은 이들처럼 대량으로 대출하지 않고 옥석을 가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데이터와 경험이 필요하다. 그 데이터와 경험이 쌓일 때까지 버틸 수 있는지가 P2P대출 업계의 관건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P2P대출 업체는 몸집은 최대한 줄이고, 스타트업으로서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그 차별화 된 서비스는 금전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보다 친밀하고 신속하게 고객의 요구에 응답하는 것, 새로운 아이디어를 꾸준히 발굴하는 것 등이 있을 수 있다.
◇김준범 대표가 P2P대출이 대부업과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국내 스타트업계의 고충과 금융당국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 개선책 등
 
현재 대부분의 P2P대출 업체들은 대출을 실행하기 위해 명목상의 대부업체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 때문에 홈페이지에 대부업 광고 규정에 따른 항목들을 표시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이 P2P대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황에서 P2P대출 업체를 기존 대부업체와 대동소이하게 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한 변호사가 P2P대출 업체에서 대출을 받는 것을 기존 대부업체에서 대출받는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해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알고 있는 것을 경험한 적도 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현재 P2P대출 업체에서 대출을 받더라도 신용등급에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는 기본적으로 현재까지 이 대출정보가 공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추후에 P2P대출 업권의 대출정보가 쌓여 유의미한 통계치가 나오게 되면 그제서야 신용등급 산출 시 반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설사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기존에 받은 P2P대출은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금리자체가 대부업권의 고금리와는 매우 큰 차이가 있으므로 대부업 대출과 동일하게 취급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처럼 대부업이라는 딱지로 인해 받는 이미지상의 불이익이 적지 않다고 보여진다. 또한 두 개의 회사로 운영되는 것으로 인한 불필요한 업무, 비용 등이 발생하는 부분도 있다. 추후 이런 고충이 해소되면서도 대출자, 투자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마련 된 '신의 한수'와도 같은 법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또한 국내 금융시장이 대형금융사 위주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인 핀테크업체들이 때때로 대형금융사의 횡포에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종종 존재하는 만큼 금융당국 등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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