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은 법안을 표결할 때 소신보다는 주어진 상황과 당론을 더 따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 지도부가 총선 공약에 반대되는 법안을 제출할 경우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비율은 13.25%, 정부가 대선 공약에 반대되는 법안을 제출할 때 법안 표결에 반대하겠다는 응답은 15.23%에 그쳤다. 헌법기관으로서의 대국민 소신은 정치적 논리 앞에 무너져내렸다.
취재팀이 19대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여당이라고 가정, 여당의 현 정책 기조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당 지도부가 총선 공약에 반대되는 법안을 발의할 때 어떻게 표결할 것인가'를 묻자, 응답한 151명의 의원들 중 20명(13.25%)만이 '항상 반대한다'를 택했다. 127명(84.11%)은 '때때로 반대한다'고 답변, 상황과 당론에 따라서는 표결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4명(2.65%)은 '절대 반대하지 않음'을 선택, 당 지도부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정당별로 보면, 새누리당(104명)에서 '항상 반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85%(4명)에 불과했다. 95.19%(99명)가 '때때로 반대한다'로 답해, 압도적이었다. '절대 반대하지 않음'은 0.96%(1명)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47명)은 '항상 반대한다'가 34.04%(16명), '때때로 반대한다'는 59.57%(28명), '절대 반대하지 않음'은 6.38%(3명)로 나타났다.
의원 본인의 소신과 당론이 정면으로 배치될 경우 법안 표결에 '항상 반대한다'는 비율이 여당보다 야당이 월등하게 높았다. 임채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리더십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야당 의원들에게는 당론과 상황보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공약 이행 여부가 더 중요함을 알 수 있다"며 "야당은 여당이 됐을 때도 소신 있는 표결에 나설 것으로 해석되어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는 정부와 관계된 표결에서도 확인된다. '여당이라고 가정, 정부의 현 정책 기조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정부가 대선 공약에 반대되는 법안을 발의할 때 어떻게 표결할 것인가'를 묻자, 응답자 151명 중 23명(15.23%)만이 '항상 반대한다'고 답했다. 126명(83.44%)이 '때때로 반대한다'고 답해, 여전히 상황에 따라 표결을 달리 할 수 있음을 나타낸 가운데, 2명(1.32%)은 정부 뜻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했다.
정당별 온도차는 정부 표결에서도 이어졌다. 새누리당은 당론 조사결과와 마찬가지로 3.85%(4명)만이 '항상 반대한다'고 답한 가운데, '때때로 반대한다'는 96.15%(100명)로 절대적이었다. '절대 반대하지 않음'은 없었다. 반면 야당은 '항상 반대한다'가 40.43%(19명)로 당론 배치보다 더 강경했다. '때때로 반대한다'는 55.32%(26명), '절대 반대하지 않음'은 4.26%(2명)로 나타났다. 여야 간 '절대 반대하지 않음'은 극소수임에도 야당에서 의견이 나와 여당의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의 정도를 보였다.
임채원 연구위원은 "여당 의원들이 당론과 정부 뜻에 충실하며 거수기로 전락하는 것과 달리, 야당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자기 소신 및 공약에 충실함을 알 수 있다"며 "특히 야당 의원들의 경우 당 지도부보다 청와대와 더 강경하게 대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총선공약 이행보다 대선공약 이행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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