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성과주의 조기 정착을 위해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는 안을 내놨지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여전히 시큰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노사 간 임금 체계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월권행위라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금융노조는 이번에 제시된 인센티브 방안은 이전부터 나오던 얘기를 묶어놓은 것에 불과하다며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오는 4월 초로 예정된 산별교섭에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상정한 성과연봉제 안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이다.
앞서 사용자협의회는 올해 임금 동결과 함께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 연봉제를 전면 도입하는 임금·단체협상 안건을 확정한 바 있다.
이는 금융위원회의 성과주의 도입 권고를 수용한 것인데, 금융노조는 이에 전혀 대응하지 않고 맞설 계획이다.
성과제 도입 여부와 연동해 임금 상승률과 보너스가 깎이거나 오를 수 있는 데도 '협상 불가' 방침을 고수할 것이란 뜻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상임간부 등 조합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열린 금융위 성과주의 확산규탄 전체간부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섭 금융노조 홍보부장은 "협상 불가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임금 체계는 노사가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지, 금융위가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사용자 단체에서 성과연봉제를 산별 협상 안건으로 확정했는 데, 안건을 사측이 정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될 뿐만 아니라 내용 또한 받아들일 수 없어 대응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노조는 사용자협의회가 제시한 성과주의 도입 논의를 위한 태스크포스(TF)에도 동참하지 않을 방침이다. 현재 성과주의 TF는 금융노조의 참여 없이 사용자협의회가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다.
금융위는 올해 들어 금융노조의 무대응 방침을 무너뜨리기 위해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7일 금융위는 9개 금융공기업의 내년도 인건비 상승률을 성과연봉제 도입 수준에 따라 5단계로 나눠 적용키로 했다.
성과제 도입 여부는 오는 6월 성과급에도 영향을 미쳐, 잘못하면 추과 성과급을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개혁을 위해 혁신을 유도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성과중심 문화의 정착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금융노조가 무대응을 대응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무책임한 자세"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재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은행권 성과주의 도입과 관련해 "저성과자와 고성과자에 차등을 두겠다는 방향성에는 공감을 하나, 무엇이 성과인지 확실한 기준을 마련해야지 단순히 압박한다고 될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IMF 이후 기업들이 성과연봉제를 상당부분 도입했다"며 "당시에는 기업의 필요에 따른 조치였다면 지금은 정부 주도로 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