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브랜드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유독 BMW가 수년째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다양한 제품군이 인기를 누리는 데 있다. 수입차가 급성장 시기를 맞을 당시 일등공신 역할을 한 디젤 세단 뿐 만 아니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골고루 판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독일 3사의 세단과 SUV의 국내 판매 비중을 보면 BMW는 전체 4만7877대 중 7795대를 SUV로 채웠다. 근소한 차이로 판매량 2위를 차지한 메르세데스-벤츠가 전체 4만6994대 중 2892대에 불과한 SUV 판매 비중을 보인 것과는 분명한 차이다. 아우디 역시 전체의 10% 초반의 SUV 판매 비중을 보이는 데 그쳤다.
이런 BMW가 연초부터 SUV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콤팩트 모델인 X1의 풀체인지 모델 '뉴 X1'을 내놨다. 콤팩트 모델임을 무색하게 주행성능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며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실시된 신형 X1 시승행사를 통해 차량을 체험해봤다.
BMW코리아는 지난달 26일 콤팩트 SUV X1의 2세대 모델을 출시했다. 사진/BMW코리아
X1은 지난 2009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최근까지 80만대 이상의 글로벌 판매를 기록한 인기모델이다. 대표 볼륨모델인 3시리즈, 5시리즈 못지 않은 인기로 BMW가 뽑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차량에 이름을 올릴 만큼 쏠쏠한 재미를 안겨준 모델이기도 하다.
7년여 만에 완전변경을 거친 X1의 변화는 외관부터 분명히 드러난다. 키도 덩치도 커졌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 몰아친 콤팩트 SUV 인기에
쌍용차(003620) 티볼리나 르노삼성 QM3를 떠올렸던 사람이라면 첫 대면에서 X1을 콤팩트 모델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급 위 차량인 X3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2세대 X1은 기존 모델에 비해 전고는 53mm, 전폭은 23mm늘었다.
디자인: ★★★★☆
디자인 변화도 눈에 띈다. BMW 디자인의 상징인 전면 키드니 그릴은 보다 굵어졌다. 부쩍 커진 덩치와 함께 콤팩트 모델임에도 강인한 인상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키드니 그릴을 향해 X자 모양으로 집중되는 라인과 나팔 모양 휠 아치, 지붕에서 차량 후면으로 이어지는 쿠페 형태의 라인은 역동적인 느낌은 가미했다.
전면부 키드니 그릴은 이전 세대 대비 굵어졌고, 후면부로 이어지는 쿠페 라인 역시 한층 날렵해졌다. 사진/정기종 기자
차체를 높여 공간 확보에 여유를 갖게 된 만큼 내부 역시 넓어졌다. 신장 180cm 이상의 남성이 앉아도 정수리와 천장 사이 간격이 여유있는 경우는 콤팩트 SUV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또 높아진 차량 전고를 반영하듯 36mm 높아진 앞좌석 시트는 탁 트인 전방 시야를 제공한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운전자쪽으로 기울어진 8.8인치 디스플레이은 시인성을 더욱 높여준다. 섹션별로 가지런히 분류된 조작버튼 배치나 크기 역시 사용하는데 크게 불편함이 없는 수준이며 기어노즐 앞 수납 공간을 깊숙하게 적용해 활용성을 높인 점도 가산점을 주고싶은 요소다. 콤팩트 SUV에는 최초로 적용된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고급감은 물론 편의성까지 한층 높혔다.
기어 노즐 앞부분 수납공간이 깊숙하게 조성돼있어 공간활용성을 살릴수 있다. 사진/정기종 기자
뒷좌석 역시 이전 세대에 비해 64mm 높아졌지만 나쁘지 않은 윗 공간을 제공한다. 운전자가 넉넉한 공간을 확보해 시트를 설정해둔 상태에서도 충분한 무릎 공간을 제공했다.
이전 세대 대비 공간활용성을 높인 만큼 콤팩트 SUV임에도 준수한 뒷좌석 공간을 확보했다. 사진/정기종 기자
좌석 뿐 만 아니라 트렁크 공간도 넓어졌다. 콤팩트 모델의 어쩔 수 없는 한계로 지적되던 공간 활용성 문제를 최대한 해소하려 노력한 흔적이다. "차명 말고 모든 게 바뀌었다"는 BMW의 공언이 허풍처럼 들리진 않았다. 1세대 대비 85리터 증가된 505리터로 동급 최대 용량을 구현했다. 여기에 분할식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최대 1550리터까지 확장된다. 트렁크는 발을 아래로 움직여 손을 대지 않고 열 수 있도록 편의성도 더했다.
트렁크 공간 역시 가벼운 피크닉 등을 떠나기 위한 수납공간 적재에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사진/정기종 기자
주행성능: ★★★★☆
첫 번째 시승 구간인 트랙코스에 진입하기 위해 시동을 걸고 나섰다. 기존 1세대 X1에서 나타난 소비자들의 불만 사항은 좁은 공간과 소음이었다. 확장된 차체를 통해 공간 활용성을 높인 BMW는 소음 역시 차체 구조와 섀시 구성요소 혼합 변화를 통해 한층 개선했다.
이른바 이피션트라이트웨이트(EfficientLightweight) 기술. 최적의 차량 중량으로 균형과 함께 민첩성은 증가시키고 진동과 소음을 줄였다는 게 BMW의 설명이다. 이날 시승 행사에 참여한 기자들은 이전 세대 대비 소음이 줄었다는 평을 내놨다.
고속 주행은 물론 연속된 커브 구간이 반복된 트랙 주행에서 두드러진 것은 높아진 차체를 무색하게 하는 안정감이었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거칠게 감고 도는 커브에서 안정적으로 차량을 잡아주는 느낌이다.
트랙 코스에서 인상적인 주행성능은 가속력보다는 안정적인 코너링이었다. 사진/BMW 코리아
새롭게 적용된 BMW 인텔리전트 사륜구동 시스템은 퍼포먼스 컨트롤 기능을 통해 코너 주행시 브레이크와 엔진 출력에 자동으로 관여해 오버스티어 또는 언더스티어를 신속하게 제어한다. 또 주행 상황에 따라 전·후 동력을 가변적으로 배분, 안정적인 드라이빙을 가능케 한다.
앞이 탁 트인 직선 구간에서 마음 놓고 가속페달을 밟아봤다. 1.6리터 엔진을 탑재한 여타 소형 모델들 보다 확실히 힘이 더 실린다. 2리터 신형 디젤 엔진이 장착된 뉴 X1 xDrive20d는 최고 출력 190마력, 최대 토크 40.8kg⋅m의 동력 성능을 구현한다.
이전 세대 대비 각각 6마력, 2.0kg⋅m 향상된 수치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데는 7.6초가 소요된다. 복합 연비는 14.0km/l(도심: 12.6km/l, 고속: 16.2km/l) 수준이다.
트랙을 벗어나 이어진 코스는 콘컵을 일정하게 배치해 빠르고 자유롭게 지그재그로 통과하는 슬라럼 구간과 험로 구간. 차량 핸들링과 급격한 방향 전환 시 안정감은 물론, SUV가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인 험로 주행 능력을 살펴볼 수 있는 구간이었다. 높은 차체 탓에 주행 전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시속 약 60km 속도로 빠르고 짧게 슬라럼 코스를 주행하는 동안 균형을 잃거나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짧고 빠르게 핸들을 꺾어야하는 슬라럼 구간에서의 안정감도 돋보였다. 사진/BMW코리아
험로 구간 역시 제법 가파른 구간을 천천히 올라갔음에도 힘 있게 치고 올라갔다. 특히 내리막 주행 제어장치(HDC)를 이용해 앞 차와의 간격을 자동으로 유지하며 내려 올수 있었던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험로가 아닌 일상 주행구간에서도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기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륜구동 모델답게 콤팩트 모델임에도 지반이 불안정한 험로구간을 가볍게 통과했다. 사진/BMW코리아
BMW는 SUV 라인업 X시리즈에 '스포츠액티비티차량(SAV)' 라는 별도의 모델 분류를 적용했다. 신형 X1 역시 '콤팩트 SAV'로 소개됐다. SUV 특유의 활용성에 X시리즈만의 역동성을 강조하겠다는 의지다. 쿠페 디자인이 강조된 X4와 X6에 '스포츠액티비티쿠페(SAC)'의 명칭을 붙인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BMW가 자칫 소비자들에게 혼동만 줄수 있는 별도 명칭의 라인업을 고수하는 이유는 다른 브랜드와는 확실히 다른 라인업에 대한 자신감이다. 그리고 이는 최근 끊임없이 쏟아지는 콤팩트 SUV 중 뉴 X1이 왜 굳이 SAV라는 명칭을 붙였는지 그 가치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BMW 뉴 X1 주요제원. 자료/BMW코리아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